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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받는 마크롱-힘빠진 메이 ‘엘리제궁 독대’

입력 | 2017-06-14 03:00:00

희비 엇갈린 총선 뒤 첫 정상회담




유럽에서 가장 ‘핫(hot)한’ 두 정상이 만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13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단독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의 최우선 회담 어젠다는 테러다. 계속되는 테러로 고통받고 있는 두 정상은 온라인을 통해 전염되는 극단주의를 막기 위해 정보기술(IT) 업계에 대한 규제를 논의했다.

테러에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한 꺼풀만 벗기면 치열한 라이벌 관계인 영국과 프랑스가 곳곳에서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 토론에서 “우리는 경제 5위 파워를 가진 나라”라고 했다. 메이 총리도 지난달 총선 공약 발표에서 “우리는 이미 세계 5번째 경제 대국”이라고 했다. 서로 경제 5위라고 주장하는 두 나라의 경제 대결은 치열하다.

보수당인 메이 총리는 노동자의 권리 강화를 앞세워 좌클릭하고, 중도 마크롱 대통령은 친기업 성향의 노동개혁으로 우클릭하며 정반대의 경제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영국은 사상 최고에 이른 고용률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서 프랑스를 앞서 왔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경제는 실업률이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살아나고 있는 반면 영국 경제는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물가가 최근 4년 중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악화되고 있다. 마침 지난주 치른 총선에서 메이 총리는 보수당의 과반수 붕괴로 휘청거린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리더십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당장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부터 공수가 뒤바뀌는 분위기다. 메이 총리는 올해 1월만 해도 “나쁜 협상보다는 협상을 안 하는 게 낫다”는 강수로 EU 단일시장을 포기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구하며 “빨리 협상하자”고 EU를 압박했다. 프랑스는 EU 탈퇴라는 영국의 파죽지세가 자국에도 영향을 미칠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지난주 총선에서 패배하고 EU 잔류파의 의석수가 늘어나면서 영국은 ‘소프트 브렉시트’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그러자 이제는 프랑스가 “영국은 EU를 떠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는 프랑스 역사에 전례 없는 기회”라며 “영국 없는 EU는 EU를 통합해 프랑스 재건을 이끌겠다는 마크롱 프로그램에 훨씬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당장 프랑스는 브렉시트로 영국을 떠날 금융과 제조업 유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12일 “영국은 EU를 떠나기로 결정했고 협상은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동맹국에 있어서도 미국-영국의 대서양 동맹보다 프랑스-독일 유럽 동맹이 훨씬 끈끈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독일인의 94%가 프랑스를 믿는다고 답했다. 영국과 미국을 믿는다는 응답은 각각 60%, 21%에 그쳤다.

군사 분야도 프랑스는 그동안 영국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갇혀 있던 틀에서 벗어나 유럽 독자 군 역량을 강화하며 그 속에서 프랑스가 주도권을 쥐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민 문제의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2003년 영국과 체결한 ‘르 투케 협정’의 재협상 의지를 밝혔다. 이 협상으로 영국행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은 프랑스 칼레와 됭케르크에서 이민 심사를 받는다.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영국과 충돌할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