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硏, 김치유산균 ‘WiKim31’ 분리… 비만 예방효과 동물실험으로 확인
우리나라가 2030년 무렵 세계 최장수국이 될 것이라는 연구가 있다. 김치 같은 한식이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김치 세러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지난달 광주에서 만난 세계김치연구소(김치연) 최학종 연구개발본부장은 덩치가 차이 나는 쥐 두 마리의 사진을 보여줬다. 한 마리는 비만으로 보였고, 다른 한 마리는 보기 좋을 정도로만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그는 “통통한 쥐의 몸매 관리 비결은 바로 김치 속 특정 유산균을 매일 섭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치 먹은 건강 쥐 vs 안 먹은 비만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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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유산균을 먹은 쥐(오른쪽)와 먹지 않은 쥐. 두마리 모두 고지방 음식을 먹었지만 유산균을 섭취한 쥐는 체중과 지방량 증가가 현저히 적었다. 세계김치연구소 제공
연구진은 태어난 지 4주 된 어린 쥐 두 마리를 함께 키웠다. 두 마리 모두 지방이 듬뿍 든 고열량 사료를 먹였다. 그중 한 마리에게만 매일 WiKim31을 10억 마리씩 먹였다. 식습관 덕에 두 마리 모두 살이 쪘지만, 유산균을 먹은 쥐와 먹지 않은 쥐의 몸매는 크게 달랐다. 사람으로 치면 먹는 음식도, 활동량도 유사한데 3개월 만에 몸무게가 3∼4kg 차이 나는 서러운 일이 생긴 것이다.
최 본부장은 “WiKim31이 장에 들어가 살이 덜 찌는 체질로 몸을 바꿔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통 쥐의 장에서 지방분해 효소 분비를 촉진하는 장내 미생물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와 염증이나 비만 예방 효과가 있는 미생물 ‘아커만시아(Akkermansia)’의 비율이 늘었다. 지방이 잘 분해되는 체질로 바뀌었단 의미다.
연구진은 비만 쥐에 비해 통통 쥐의 지방량이 적음을 확인했다. 통통 쥐의 근육량은 비만 쥐와 거의 비슷했지만 복부 지방이나 부고환 지방은 30% 적었다.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와 중성지방 농도, 간 기능 등 비만과 관련된 대사질환 지표도 함께 개선됐다.
○ 피부 건강은 물론 장 질환 개선까지 ‘김치 세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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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최종적으로 김치 자체가 건강기능식품이 되는 이른바 ‘김치 세러피’를 구현하려 한다. 가령, 비만 예방 효과가 입증된 WiKim31 유산균만 함유된 김치를 만들어 ‘살 덜 찌는 김치’를 만드는 식이다. 현재까지 김치연이 발견한 김치 유산균은 약 3만5000종. 지역마다 제조법이나 숙성 환경이 다른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종류의 유산균이 지속적으로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김치 세러피의 변신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최 본부장은 “김치 세러피가 현실화되면 식사 중에 자연스럽게 건강까지 챙길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동물실험에서 효능이 검증된 유산균은 임상시험을 거쳐, 미생물을 약으로 활용하는 ‘파마 바이오틱스(Pharma-Biotics)’ 제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