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어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해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이 보고서 초안에 있던 추가 발사대 4대 보관 위치 등의 문구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 실장은 직무에서 배제되고 추가 조사를 받게 됐다. 아울러 국방부가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 했다는 정황이 확인돼 문재인 대통령이 경위 파악과 함께 적절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청와대의 발표는 문 대통령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엿새 만에 나온 민정수석비서관실 조사 결과다. 위 실장은 미국 측과의 비공개 합의에 따른 것이라며 구두로 부연 설명하려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구두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누가 뭐래도 국방부 책임이다. 청와대가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규정한 것은 당연하다. 결국 군의 지나친 비밀주의 관행과 전·현 외교안보 라인 간 불신에 따른 의사소통의 혼선이 낳은 사고였던 셈이다.
청와대는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회피 시도도 문제 삼았다.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공여면적을 ‘일반 환경영향평가’ 대상인 33만 m² 미만인 32만여 m²로 한정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받게 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시정을 지시했고, 결국 미국과 합의한 연내 사드 배치 완료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에는 최소 6개월, 최대 1년이 걸린다. 사드 보고 누락 조사가 경북 성주에 배치될 예정이던 사드 1개 포대 6대 중 4대의 배치 중단으로 귀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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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이 연세대 교수 재직 시절의 품행과 관련한 문제로 사실상 경질됐다. 이달 말 열릴 한미 정상회담 준비 업무도 맡았던 인물이 낙마함에 따라 국가안보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뢰의 위기’에 빠진 형국이다. 사드 배치가 늦춰지면서 국회 비준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가열될 것이고,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정당성·투명성이 안팎의 논란만 키운다면 뒷감당은 어떻게 할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