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대해 쓸지 고민하다가 일본 출판업 전망을 책방 이야기로 엮었다는 책 소개에 눈길이 가 인터넷서점 사이트에 들어갔다. 회사 건너편과 집 근처 서점에 모두 재고가 없어 거의 찾지 않는 종각역 대형서점 사이트를 찾아봤다. ‘재고 2권. 지하 1층 B구역.’
여러 사연으로 되도록 걷지 않게 된 길을 어쩔 수 없이 이 악물고 더듬듯 걸어 서점에 닿았다. ‘잽싸게 사 들고 집에 가서 저녁 해먹으며 읽어야지.’ 하지만 B구역을 몇 번 거듭 살펴도 찾는 책은 없었다.
컴퓨터 단말기 있는 곳을 찾아 직원에게 문의했다. 직원은 말없이 컴퓨터를 두드려보더니 내가 조금 전 한 행동을 그대로 반복했다. 수고를 끼쳐 미안한 마음에 혹시나 하고 근처 다른 코너를 살폈다. 잠시 후 돌아보니 직원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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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싫은 길을 허우적거리며 되짚어 겨우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어쩌나. 뭘 쓰지. 고민하며 전철을 기다리는데 같은 부 대중음악 담당 후배가 지나다가 알은척을 해줬다. 각자 쓰고 있던 헤드폰을 벗고 안부를 나누며 전철에 올랐다.
“버스 안 타고 어디 가요?”
“상암동 취재요.”
“난 책 사러 오랜만에 종각역 서점 갔다가 전산 오류로 허탕 치고 가는 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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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에도 검색 결과는 그대로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