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거운 주점 메뉴판… 출연 걸그룹 야릇한 퍼포먼스 항의 이어지자 단과대 사과문 발표
과도한 음주와 성희롱에 가까운 주점 마케팅은 대학 축제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서울의 한 사립대 축제 현장에서 술을 나르는 모습. 동아일보DB
11일 강원 지역 한 대학의 축제장 주점 메뉴다. 주변 다른 메뉴판에는 ‘오빠가 꽂아준 어묵탕’ ‘탱탱한 황도 6900원’ 등이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글귀에 담긴 성적 의미가 생각나면 대부분 웃음보다 불쾌한 기분이 든다. 축제의 주인공인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학생이 일부 메뉴 내용을 문제 삼아 논란이 일자 단과대 차원의 사과문이 발표됐다. 그러나 거기까지. 학교 차원의 조사나 징계는 없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회에서 진행하는 행사라 징계까지 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대학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상업화다. 도를 넘은 상업화가 성(性) 상품화와 지나친 음주문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7일 유튜브에는 충청 지역 한 대학의 축제 무대를 찍은 영상이 올라왔다. 여성 4인조 댄스그룹이 짧은 반바지와 브래지어만 입은 상태로 격렬한 춤을 추는 영상이다. 한 멤버는 마이크를 바지에 넣으며 마치 성행위를 암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누리꾼들은 “학교 축제냐 아니면 유흥업소냐”며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주말 유흥가에서나 볼 수 있는 호객행위와 만취 학생들로 인한 난장판은 축제 기간에 매일같이 벌어진다. 24일 고려대에서도 학과별로 주점이 열리고 있었다. 일부 학과 학생들은 광고판을 들고 다니며 “합석시켜 줄 테니 한잔하고 가라”며 호객행위를 했다. 일부 학생들은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서울 성북경찰서 안암지구대 관계자는 “축제 기간에 술이 원인이 돼 시비가 붙거나 몸싸움까지 벌이는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며 “위력순찰(공개적인 순찰 활동)을 통하여 사고와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재 hoho@donga.com·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