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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몰고 온 신태용號… “4강 그 이상, 꿈이 아니다”

입력 | 2017-05-25 03:00:00

16강 선착 U-20월드컵 한국대표팀





‘신나라 코리아.’

20세 이하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팀 슬로건이다. ‘신바람 축구’를 이끌고 있는 공격수 이승우(19·FC바르셀로나)는 골을 성공시킬 때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춤을 추거나 자신의 유니폼을 가리키며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낸 뒤 신태용 감독(47)에게 달려가 안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이 결승골을 터뜨리고 나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포옹한 장면과 같다. 이승우는 “(감독님께 안긴 것은) 억지로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었다. 골을 넣을 때마다 감독님께 달려갈 것이다”라며 웃었다.

이승우와 신 감독의 모습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히딩크호’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한국은 23일 전주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대회 최다(6회)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었다. 한국은 20세 이하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 2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팀의 상승세는 선수들이 태어나기도 전인 1983년 박종환 감독이 이끌었던 청소년대표팀의 ‘멕시코 4강 신화’ 재현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한다.


신 감독은 대게로 유명한 경북 영덕 출신이다. 그는 “고향에서는 내가 대게만큼 유명하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그가 이끄는 대표팀은 밝고 자유롭다. 선수들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힙합 파티’가 벌어진다. DJ는 골키퍼 송범근(20·고려대)이 맡는다. 감독도 함께 즐긴다. 신 감독이 딱 한 번 선수들의 ‘힙합 파티’를 중단시킨 것은 버스 안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자신이 젊은 시절 즐겨 듣던 잔잔한 노래가 나왔을 때라고 한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숙소 생활에도 많은 제약을 두지 않았다. 선수들이 숙소 밖으로 외출해 카페에서 종종 차를 마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하는 이유다. 신 감독은 “방에만 있으면 몸이 무거워질 수 있으니 잠시 산책도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개성이 강한 이승우는 개인기가 뛰어나지만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신 감독은 “나도 스무 살 때는 장난을 많이 치는 선수였다”면서 “승우의 자유로운 행동을 허용해주는 대신 그라운드 위에서 자유만큼의 책임감을 갖고 뛰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파격적인 자유를 줬고 이는 신나는 팀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수비수 이상민(19·숭실대)은 선수들이 저녁식사 후 자발적으로 식당에 모인다고 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참석하지 않는 선수들만의 작전회의다. 이상민은 “의견을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 각자 특성을 파악하고 선호하는 세부 전술을 종합해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26일 잉글랜드와의 3차전을 앞두고 있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한국 역사상 최초로 조별리그 3연승을 기록한다.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선수들은 역사적인 순간을 좀 더 많은 팬과 함께 즐기고 싶다고 했다. 조별리그 1, 2차전에는 각각 3만7500명, 2만7058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경기장이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이번 대회의 23일까지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9290명으로 다른 대회 때보다 적은 편이다. 1983년 멕시코 대회 때는 평균 3만6098명이 입장했다.

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대회) 홍보가 잘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지금도 대회가 계속 가려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상민은 “팬들이 많을수록 선수들의 자신감은 커진다. 문재인 대통령님께서도 경기장을 찾아와 주시면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축구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