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무슬림’ 180도 바꿔 환심사기 사우디서 아랍-이슬람-美정상회의 IS-알카에다 -이란 ‘공통의 적’ 규정… 민주주의 인권 등 ‘민감 발언’ 자제 두번째 순방국 이스라엘로 이동… 23일 ‘이-팔 평화협상 밑그림’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권을 향해 손을 내밀며 협력을 제안했다.
트럼프는 21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이슬람-미국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이슬람의 공통의 적인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척결을 강조했다. 그는 이슬람이 본질적으로 평화의 종교라며 이슬람권 국가가 극단주의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선봉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자신을 따라다녔던 반(反)이슬람 이미지를 지우고 55개국 수니파 이슬람권 지도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대선 과정에서 이슬람은 증오의 종교라며 무슬림을 싸잡아 테러리스트로 비난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트럼프가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를 첫 해외 순방국으로 정한 것은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아랍권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가 말하는 극단주의는 IS,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뿐 아니라 수니파 국가들의 주적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도 포함돼 있다. 그는 극단주의와의 싸움을 서로 다른 신념이나 문명 간 대결이 아니라 선과 악의 대결로 규정하면서 “이란이 입에 담지도 못할 범죄를 저지르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도우며 지역안보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슬람 달래기’를 마친 트럼프는 중동 최대 현안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중재자로 옷을 갈아입었다. 22일 두 번째 순방국인 이스라엘로 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잇달아 만나는 일정을 택했다. 이어 23일 오후 2시 예루살렘의 이스라엘박물관을 방문해 이-팔 평화협상의 밑그림을 발표할 예정이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