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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도 빈 교실 주민에 첫 개방

입력 | 2017-05-23 03:00:00

방학中, 학생수 줄자 1개동 내놔… 마을극장-바리스타 배움터 등 활용
저출산 따른 학교 공실화 현실로





서울에서 학생이 줄어 비게 된 교사(校舍)를 주민 편의시설로 바꾸는 첫 사례가 나왔다.

그동안 젊은층이 급속히 빠져나간 수도권 밖 지방에서는 학교가 문을 닫아 유휴(遊休) 시설이 되거나 캠핑장으로 바뀐 경우가 많았지만 서울에서 이 같은 일은 처음이다. 폐교까지는 아니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학교의 공실화(空室化)를 인구 1000만의 수도 서울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22일 서울시와 도봉구에 따르면 도봉구 시루봉로 방학중학교는 내년부터 3개 건물 중 하나인 연면적 1383m²의 2층짜리 동관(東館)을 리모델링해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쓰기로 했다. 학생 수 감소로 교실이 비는 것을 계속 방치하기 곤란해하던 학교 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교실로 쓰이던 이 건물에는 주민들을 위한 마을극장, 바리스타 배움터, 문예체(文藝體) 활동실 등이 들어선다. 학생들이 교육받는 환경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주민들은 따로 만든 출입구로 다니게 된다. 건물 소유주는 그대로 서울시교육청이지만 쓰임새만 보면 더 이상 학교의 일부가 아닌 독립 시설이 되는 셈이다.

방학중 관계자는 “학교 곳곳의 빈 교실은 너무 빨리 노후화해 관리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며 “이를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모두 18억 원을 지원해 9월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시교육청과 도봉구, 학교는 운영 및 관리는 누가 할지 추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1982년 개교한 방학중의 첫 입학 당시 학급 수는 18학급에 달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2년 출생)의 자녀들이 중학생이던 시기에는 학생 수가 2000명을 넘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빽빽한 교실의 밀도를 줄이고 각종 특수교실 등을 확보하기 위해 시설을 꾸준히 확충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3개 학년 21학급에 학생 수는 530여 명에 불과하다. 한창 학생이 많았던 때의 4분의 1 규모로 줄어들었다. 학급당 학생 수도 서울시 평균(26.1명)보다 낮은 25.2명이다. 이 학교로 오는 학생들이 사는 도봉구는 지난해 고령인구 비율이 14%를 넘었다. ‘고령사회’ 지방자치단체로 들어선 것이다.

방학중 같은 현상은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서울시 전역으로 확산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총인구는 993만1000명으로 2000년 1031만1000명에 비해 3.7% 감소했다. 반면 같은 시기 학령인구(만 6∼21세)는 234만 명에서 149만8000명으로 36%나 줄었다. 총인구 감소율의 10배에 이르는 감소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전역에서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각급 학교에서 유휴 시설은 더 빨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주민이 활용하는 시설 등으로 바꾸는 사례는 더 많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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