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롯데전, LG 4연패 끊는 쾌투 시즌 초엔 5이닝 간신히 던졌지만… 최근 4연승에 평균자책점 ‘장외1위’
임찬규
LG의 연패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끊겼다. 비가 내릴 때마다 등판이 밀리기 일쑤였던 임찬규(25). 보통 에이스는 비로 등판이 연기되면 다음 날 다시 등판하지만 그는 아예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카드’였다. 그런 임찬규가 20일 롯데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동안 1실점 하며 팀의 4연패를 끊고 ‘5이스(5선발+에이스)’로 거듭났다.
팔꿈치 수술 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임찬규는 5이닝만 버텨주면 감지덕지인 5선발이었다. 가장 길게 버틴 것도 5와 3분의 2이닝이었다. 안정감이 없었기에 지난해 소원이라던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도 벤치에만 머물렀다. 결국 마운드를 밟기는 했지만 기회는 플레이오프 탈락이 사실상 확정된 최후의 순간에야 주어졌다. NC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9회초 1아웃. 이미 7-3으로 앞선 NC로 승기가 넘어갔을 때 등판한 임찬규는 마지막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고 짧은 ‘가을야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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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수 LG 투수코치는 그의 변신에 대해 “볼, 스트라이크 차이를 만드는 손끝의 감각이 많이 좋아졌다. 지난해부터 카운트별 상황 피칭을 많이 연습했는데 그게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떨어뜨릴 때, 집어넣어야 할 때를 생각하며 던진다”고 평가했다. 제구력과 자신감이 동반 상승하면서 임찬규는 9이닝당 볼넷도 지난해 6.13개에서 올해 2.46개로 크게 줄였다. 3위 LG가 이대로 순위 싸움을 이어간다면 임찬규의 가을 풍경은 지난해와는 사뭇 달라질 법하다.
“지난해 찬규한테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면 한번 경험은 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찬규도 ‘10점 차로 지고 있어도 괜찮으니 넣어 달라’고 했다. 본인도 그런 무대에서 던진다는 게 얼마나 좋겠나. 이번에 가을야구에 가게 된다면 찬규도 지난해랑은 많이 다를 것이다. 말은 5선발이지만 3선발급 활약을 해주고 있으니….”
하지만 강 코치는 아직 안심은 이르다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보지는 않아요. 이렇게 1년은 꾸준하게 보여줘야 우리도 믿을 수 있지 않겠어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