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 이후 벌어진 검찰 수사에서 압수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5)의 돈 30억 원을 검찰이 1년 가까이 반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신 총괄회장의 두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3) 형제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30억 원을 향후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결정한 뒤 돌려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는 지난해 6월 롯데 총수 일가의 재산관리인이자 현재 롯데 전무로 근무하는 이모 씨의 처제 집에서 서류 더미와 함께 압수한 현금 30억 원을 보관 중이다. 이 30억 원은 롯데 사건 재판의 증거로 채택되지 않아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반환해야 하지만 소유권 논란 때문에 반환 대상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압수한 30억 원과 서류는 당초 롯데호텔 내 신 총괄회장의 금고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2015년 8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 간 ‘형제의 난’이 일어난 뒤 금고 속 현금과 서류는 이 씨의 집을 거쳐 이 씨 처제의 집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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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30억 원은 원래 내 돈”이라며 검찰에 반환을 요청했다. 신 총괄회장은 성년후견 개시 결정을 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신동빈 회장 측에 맞서 30억 원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30억 원에 대한 실소유 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검찰은 고민에 빠졌다. 돈은 신 총괄회장의 소유가 분명하지만 압수물 반환 규정에 따르면 돈이 압수될 당시 소유자였던 이 씨에게 돈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돈을 신 총괄회장에게 돌려줄 경우, 이 씨가 압수물 반환 규정을 근거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검찰은 일단 반환을 미루고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뒤 돈을 돌려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반환에는 정해진 기한이 없다. 양측은 법원에 압수물 반환 청구를 할 수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스스로 수상한 돈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게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