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차장
괴팍하게만 보였던 트럼프의 ‘트윗 협박’은 어쨌거나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미국 3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대규모 투자 선물을 안겼다. 일본 도요타, 중국 알리바바, 한국 현대자동차도 발 빠르게 화답했다. 모두 트럼프가 공식 취임하기도 전인 1월 중순에 일어난 일이다. 트럼프 취임 후에도 비슷한 뉴스가 잇따랐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투자에 나선 것은 오로지 트럼프의 협박 때문이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기업들은 태생적으로 모든 결정에 앞서 계산기부터 꺼내 든다. 트럼프 손에 들린 채찍이 무섭기도 하지만 법인세 인하, 투자 인센티브 같은 당근도 무시하지 못할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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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反)세계화 정책’이 오히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반발도 크다. 그럼에도 지금의 ‘트럼프 웨이’에 많은 미국인은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는 거칠긴 해도 기업들을 포획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기업들에 ‘정부는 확실한 우리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국내 기업인들이 미국을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제조업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공장 자동화로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계수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2, 3차 협력업체로의 낙수효과나 서비스업의 동반 성장 효과는 여전히 크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제조업정책 선임 자문역이었던 론 블룸은 “자동차 조립공장이 생기면 월마트가 따라오지만 월마트가 생긴다고 자동차 조립공장이 따라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팀 쿡 애플 CEO도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ripple in the pond(연못에 이는 잔물결)”가 되겠다고 말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첨단 제조업에 투자하면 서비스업 등 주변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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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10일 출범했다. 세금을 쏟아부어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더라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사실을 신임 대통령도 모를 리 없다. 다소 거부감이 있더라도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해 보는 건 어떨까. 반기업 정서, 신산업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 같은 경제계의 미세먼지부터 걷어내 보자. 그래야 기업들도 해외로의 탈출 계획을 기꺼이 접을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건 일단 있는 일자리부터 지켜낸 다음에 가능한 일이다.
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