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는 물론이고 국내 전문가들조차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헌법상 통상협상 권한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있기 때문에 의회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러나 한미 FTA 탈퇴에는 미 의회 동의가 필요 없다. 1974년 통상법이 이미 대통령에게 통상협정 탈퇴 선언의 전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125조).
트럼프 대통령이 FTA 재협상을 선언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재협상 범위가 FTA 관세 철폐 계획을 수정하는 데 한정된다면 의회 동의 없이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관세 문제가 아닌 다른 FTA 제도화 관련 조항들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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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모든 대가들을 효과적이고 논리적으로 미국에 제시할 수 있을 때, 한미 FTA 개정 협상은 새로운 이익의 균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한미 FTA의 제도적 문제점에 대한 솔직한 토론과 분석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지금의 우리 정부는 스스로가 설정한 ‘한미 FTA 무결점 도그마’에 빠져 있다. 새 정부가 조속히 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정부부터 이런 도그마를 극복하는 일이다. 또 관변학자가 아닌 진정한 전문가들로 하여금 소신 있는 분석보고서를 양산하도록 독려하는 일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