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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루브르 앞에서 승리 연설… ‘脫이념-통합’의 첫발

입력 | 2017-05-09 03:00:00

프랑스 새 대통령에 마크롱





1804년 대관식을 올릴 당시 35세였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이후 최연소 최고 지도자에 오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인(39)은 7일 오후 10시 반(현지 시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 마련된 승리 연설 행사장에 나타났다. 그가 입장하는 동안 유럽연합의 국가이기도 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흘러 나왔고 연단에 올라 두 손을 치켜들자 “마크롱 대통령”을 외치는 함성이 청중석을 가득 메웠다. 그는 “당신의 열정과 에너지, 용기가 나의 승리를 이뤄냈다”며 “모두를 위해 나는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당신을 지켜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글썽거리던 마크롱은 연설 후 국가를 부르다 눈을 질끈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두 자릿수 실업률과 18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국가 비상사태 상황, 이념과 계층에 따라 양분된 민심 등 험난한 도전 과제가 떠올랐을까. 2차 결선에서 국민 4명 중 한 명은 투표를 거부하고, 10명 중 한 명은 백지 투표를 했다.

마크롱은 새로운 프랑스가 세계 및 유럽과 함께하겠다는 미래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승리 연설 장소로 루브르 박물관을 택했다. 좌도 우도 아닌 정치 중립적인 문화적 장소이자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이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2008년 대선에서 미래 통합 변화의 메시지를 던졌던 버락 오바마를 연상시킨다”고 분석했다. 2007년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콩코르드 광장에서, 좌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2012년 바스티유 광장에서 승리 연설을 했다. 모두 이념·정치적 함의를 가진 역사적 장소였다.

마크롱 당선인은 연설 도중 경쟁 후보였던 국민전선(FN) 마린 르펜을 언급할 때 청중석에서 야유가 나오자 손으로 이를 제지하며 “극단주의를 위해 다시 투표할 이유가 없도록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다”며 통합도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앞길은 험난하다. 마크롱이 지난달 23일 1차 투표 때 얻은 득표수는 865만 표, 2주 뒤 결선 투표에서 얻은 득표수는 2075만 표다. 엄밀히 말하면 절반 이상이 자기 표가 아니다. 일간 르몽드의 조사(4∼6일)에 따르면 마크롱을 지지하는 이유로 르펜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3%로 가장 많았다. 정치 쇄신을 위해서(33%), 공약이 좋아서(16%), 인성이 좋아서(8%)보다 앞섰다. 마크롱이 좋아서라기보다 르펜이 싫어서 찍은 이가 많았다는 것이다.


대선 결선 투표 때는 전략적으로 마크롱을 택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다시 야당 지지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일간 르피가로(4∼5일)의 조사에 따르면 다음 달 총선 1차 투표 때 어느 당 후보를 찍겠느냐는 응답에 마크롱이 속한 신생 정당 앙마르슈(전진)를 찍겠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공화당(22%), FN(21%), 극좌연합(15%), 사회당(9%)으로 표가 분산됐다. 르피가로는 “1차 투표 때의 표심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다음 달 총선에서 다수당을 바라는 마크롱에게는 나쁜 소식”이라고 전했다. 2002, 2007, 2012년 모두 대통령이 속한 당을 다수당으로 만든 프랑스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4%만 “새로운 대통령이 의석도 다수를 차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마크롱은 선거 기간에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공화당과 사회당과의 연정은 없을 것이다. 때가 오면 두 당에서 우리 쪽에 합류하는 정치 지형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총선에 자신감을 보여 왔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마크롱은 전체 후보 중 절반을 여성과 정치 경험이 없는 인물로 공천하겠다며 이미 지난달 남녀 각각 7명의 농부, 기업인 등 정치 신인 14명을 공천했다. 그러나 인지도도 경력도 떨어지는 이들의 득표력은 검증된 적이 없다. 당장 절반 공천을 약속한 여성 지원자는 전체 중 15%에 불과하다. 지난 총선 성적으로 정당에 정부 보조금이 배분돼 앙마르슈는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없다. 돈과 조직 모두 열세다.

전문가들은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총선 이후 공화당과의 공동정부 구성을 꼽는다. 마크롱에게는 내치 실권을 공화당에 내줘야 하는 악몽 같은 상황이지만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 국정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카드다. 당장 마크롱 정부 첫 조각에서 기존 공화·사회 양당의 검증된 인사들이 어느 정도 등용될지가 관심거리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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