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불가능한 100dB 넘기 일쑤… 경찰에 하루 193건꼴 민원 접수 선거법에 소음규정 없어 단속 못해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광명 사거리에서 한 정당의 대선 유세가 펼쳐졌다. 후보는 없었지만 당 관계자와 선거운동원 수십 명이 모여 후보 이름과 구호를 외쳤다. 유세차량에 달린 확성기에서도 지지 호소가 이어졌다. 현장을 지나던 시민 중 일부는 소음 탓인지 귀를 막거나 인상을 찌푸렸다. “약속 장소에 왔는데 시끄러워서 전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시간 이곳에서 170m가량 떨어진 곳에는 다른 정당의 유세차량도 서 있었다. 후보가 직접 나서서 거리를 돌며 시민들과 인사했다. 차량에서는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방송이 끝없이 되풀이됐다. 유세차량 주변에서는 바로 옆 사람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두 정당의 선거운동이 비슷한 시간에 진행되면서 광명 사거리 일대는 ‘유세 소음’으로 가득 찼다. 두 곳의 소음도를 측정해보니 평균 85dB(데시벨)을 웃돌았다. 지지자가 연설할 때는 순간적으로 100dB에 육박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소리가 100dB 수준이다.
하지만 선거운동 소음이 아무리 심해도 법적으로 제지할 수가 없다. 공직선거법에 소음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는 차량 확성기의 경우 오전 7시∼오후 10시에만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시간과 장비에 대한 기준만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낮 시간에 집회와 시위의 소음이 75dB을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지만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당들도 역효과를 우려해 밤 유세나 주택가 유세는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정당 관계자는 “민원이 많다 보니 선거 유세를 유동인구가 많은 곳 위주로 오후 8시에는 마무리하고 주택가 유세는 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동욱 충북도립대 의료전자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80dB만 넘어도 불쾌감을 느끼고, 100dB이 넘으면 대화가 안 되는 수준”이라며 “선거 운동에도 적절한 소음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명=황성호 hsh0330@donga.com / 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