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 출간 在佛 만화가 박윤선 씨
자동차 함께 타기, 샤워하고 난 물로 빨래하기, 세제 대신 커피 찌꺼기로 설거지하기. 그가 자연과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는 “남편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크게 어려움 없이 작은 것들을 지키며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박윤선 씨 제공
엎드려 잠자는 듯한 모습으로 발견된 아이의 주검을 찍은 사진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적셨다. 난민 수용에 부정적이던 유럽의 나라들도 대책 강구에 나서게 했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 앙굴렘에 사는 만화가 박윤선 씨(37)는 아이의 사진에 달린 댓글에 충격을 받는다. 아이를 모욕하는 내용이어서다. “‘어마어마한 댓글’이라 기억이 안 날 정도입니다. 그 일을 겪은 후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1일 전화로 만난 박 씨는 2008년 한국을 떠난 후부터 줄곧 프랑스에 살고 있다. 낯선 곳에서 이방인의 삶을 사는 그가 ‘프랑스 속 이방인’에 관해 그린 만화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사계절)가 지난달 출간됐다. “한국에선 낯선 이방인들이 눈에 안 들어왔는데…. 저 역시 이방인이어서일까요. 그 속에 살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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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 씨의 만화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의 한 장면. 만화는 박 씨가 프랑스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계절 제공
그는 스스로를 “‘외계인’이자 ‘이방인’이었다”고 고백했다. 서울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취업은 마다하고 일러스트 작업에 뛰어들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는 달랐다. “전집에 삽화 넣는 작업을 주로 했어요. 빨리 여러 개를 그려야 했죠. ‘1인 공장’이 되어버린 기분이었죠.”
‘좋은 그림’을 못 그리고 있단 생각에 지칠 무렵 그는 ‘작가의 집’(maison des auteurs)이라는 프랑스의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2008년 3월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한국을 떠난 그는 “딱히 잃을 것도 없었기에 쉬이 떠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인 남편 그리고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그는 어느덧 10년 차 이방인이다.
“한참 지난 일인데 이상하게 생각이 난다”며 그는 동양인 어린아이와의 에피소드를 에필로그로 그렸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아이를 그저 한참을 바라만 보던 그가 지나칠까 고민하다 “괜찮니?”라고 묻는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네!”라고 대답했다.
“저는 스스로 남한테 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존재로만 여겼던 거예요. 근데 느꼈죠. 아, 나도 이제 남을 도와야 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결론은 그거예요. 우리 함께 외국인도 도와주고 어린이도 도와주며 살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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