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中企직원들의 한숨
1일 오전 경기 화성시에 있는 금형(金型) 열처리 전문업체 ㈜새한진공열처리 공장에서는 시뻘겋게 달궈진 쇠를 다루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무직 직원을 제외한 생산직 직원 30여 명은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 직원 A 씨는 “남들 쉬는 날에 일하니 기분 좋을 리 있겠나. 이럴 때마다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인 이날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법정 휴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는 휴무가 원칙이다. 이상일 새한진공열처리 대표(54)는 “직원들을 쉬게 해 주고 싶지만 다음 공정들이 사슬처럼 이어져 있어 우리 맘대로 쉴 수 없다. 공휴일이 있다고 납품 날짜를 늦춰주는 것도 아니라 무조건 제 날짜에 물건을 대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사업주로서는 휴일에 공장을 가동하면 인건비 부담도 크다. 휴일 근무는 통상임금의 50%를 할증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는 “이번 주처럼 연휴가 많으면 생산비가 더 들지만, 그렇다고 납품가에 반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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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중소기업은 최장 11일의 황금연휴가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일하는 곳도 분위기가 우울하지만 일감이 바닥나 문을 닫은 곳들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사무실용 실내건축업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 B 씨는 “1, 3, 5일 공휴일은 물론이고 4일에도 쉰다. 작년만 해도 연휴 때 일했지만 이번에는 물량이 없어서 인건비라도 아끼려면 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징검다리 연휴 사이 평일인 2, 4 ,8일 중 하루라도 임시 휴무를 계획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54%에 그쳤다. 임시 휴무는커녕 휴일인 1일 34.1%, 3일 23.7%, 5일 11.1%의 중소기업이 평소처럼 정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복지와 근무 여건은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갈수록 외면하는 원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300인 이하 중소·중견기업 신입사원이 1년 안에 조기 퇴사하는 비율은 32.5%에 이른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돈을 적게 주는 대신에 휴일과 근무시간을 보장해주는 장점이라도 있어야 20대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오지 않겠나.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일자리 공약도 좋지만 중소기업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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