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부정한다’ 실존 모델 데버라 립스탯 美에모리대 교수
영화 ‘나는 부정한다’ 촬영 현장에서의 데버라 립스탯 교수(오른쪽)와 영화에서 그를 연기한 배우 레이철 바이스. 교수는 촬영 내내 제작진에게 조언 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요즘처럼 ‘대안적 사실’(최근 도널드 트럼프 측근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이 사용한 ‘거짓말’의 미화된 표현)이나 ‘가짜 뉴스’가 판치는 시대에는 진실이 얼마나 섬세하고 조작에 취약한 것인지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데이비드 어빙(티머시 스폴)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장면. 티캐스트 제공
립스탯 교수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이들에게 맞서 1996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승소했다. 총 32번의 공판이 열렸고, 판결문만 334페이지에 달했다. 이후 ‘홀로코스트는 없었다’고 주장한 혐의로 기소된 어빙은 오스트리아 법원으로부터 3년 징역형을 선고받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것을 범죄행위로 처벌하고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의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찾고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공감하는 일본인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들이 나서서 ‘그건 진실이야’라고 말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영화에서 교수는 승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차가운 태도를 유지한다. 판사와 언론을 향해 감정 섞인 말을 늘어놓지 않고, 재판에 보탬을 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법정에 세우지도 않았다. “역사를 대하는 태도는 뜨겁기보단 차가워야 합니다. 사실 자체가 이미 너무 뜨거우니까요. 사실을 앞세우되 냉정하고 이성적이어야 합니다. 사실은 그 자체로도 힘이 있고 거기에 우리의 감정을 덧칠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영화와 현실에서 ‘진실을 위해 싸우라’고 강조하는 그에게 ‘진실은 결국 승리하는 것이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우리가 눈앞의 왜곡되고 있는 여러 진실을 찾고 지켜내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결국 진실이 진다는 것을요.”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