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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양종구]축구도 이미지를 먹고 산다

입력 | 2017-04-28 03:00:00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인 스포츠용품 업체 ㈜낫소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불기소 결정서를 받았다. 낫소가 공인구 계약과 관련해 축구협회 관계자들을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2002년부터 축구협회 경기 사용구를 후원하고 있는 낫소는 지난해 말 계약을 2020년 말까지로 연장했다. 연간 후원금은 기존(8억2600만 원)의 약 4배(32억5000만 원)로 인상됐다. 이번엔 국내에서 낫소 공에만 독점적으로 축구협회 상표권인 호랑이 마크를 찍을 수 있는 조항도 넣었다. 낫소는 그동안 경기구만 후원했지만 축구협회가 타사에 1년씩 계약해 호랑이 마크를 찍어 일반에 팔게 했던 것까지 막고 싶었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시작됐는데도 타사에서 계속 호랑이 마크가 찍힌 공을 팔자 낫소는 축구협회가 독점적 지위를 보호하지 않는다며 고소한 것이다.

문제는 재계약 과정에 있다. 축구협회는 후원 업체와 계약 기간이 끝날 때가 되면 우선 협상 기간이라고 해서 기존 후원사에 재계약 우선권을 준다. 이때는 다른 업체와 접촉하지 않는 게 관례다. 그런데 스포츠용품 업계에서는 축구협회가 타사와 접촉했고 이 과정에서 경쟁이 붙어 후원금이 3배 가까이 올랐다고 알려져 있다. 낫소는 다소 무리한 금액이었지만 경기구로 채택되면 전국 초중고교 축구팀들이 훈련구로 사용하는 파급효과 때문에 다시 계약했다. 이 계약과 관련해 실무자 한 명은 낫소의 고소가 들어오자 2월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 다수의 축구계 관계자들은 ‘위에서 시켜서 한 일인데 책임은 밑으로 미뤄서 사표를 냈다’고 증언하고 있다.

요즘 축구인들은 축구협회란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주먹구구 행정을 펼쳐 축구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한국 축구 수장에 오른 정몽규 회장은 “한국 축구 1년 예산을 1000억 원대에서 2000억, 30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조직을 팀제로 바꾸고 경쟁을 붙였다. 하지만 부작용이 컸다. 팀별로 경쟁하다 보니 서로 돕던 끈끈한 조직문화가 사라졌다. 다른 팀 일은 딴 세상 일이었다. 실무 간부들은 윗사람 눈치만 봤고 하위 직원들의 의견은 무시했다. 축구경기로 치면 조직력이 무너지고 개인플레이만 하고 있는 셈이다. ‘낫소 사태’도 이 과정에서 나타났다. 성과를 위해 ‘상명하복’식으로 무리하게 진행하다 탈이 난 것이다. 정 회장 취임 5년째를 맞는 2017년 축구협회 1년 예산은 약 800억 원으로 300억 원가량 줄었다. 삼성전자와 E1, 카페베네 등이 협회 후원을 중단했다.

축구도 무형의 가치인 이미지를 먹고 산다. 각급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축구 전반에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기업들이 관심을 가진다. 한국 축구는 이미 월드컵 성적에 따른 급격한 가치 상승과 하락을 경험했다. 그래서 축구협회는 우수 선수 육성과 대표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등으로 축구의 가치를 높이려 노력하고 그 가치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 후원사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15년 도움을 준 후원사를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게 만든다면 기업들이 축구를 보는 시각이 어떨까.

한국축구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축구협회가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된 행정 지원을 펼쳐 본선 진출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그래야 축구의 가치가 다시 상승할 것이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