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협착증
안강 안강병원장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척추 불안정 현상을 겪는다. 척추 하나하나를 묶고 있는 끈들이 느슨해지면서 척추가 미세하게 흔들리는데 이때 허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척추 안의 신경이 손상된다. 이 같은 문제가 만성으로 진행돼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를 초래한다. 디스크를 싸고 있는 섬유륜을 딱딱하고 잘 해지는 구조로 만든다. 이는 관절에 불필요한 뼈를 자라게 만들고 관절 앞의 황색 인대를 두껍게 하여 신경을 손상시킨다. 이런 작은 손상이 반복되면서 통증과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 척추관협착증이다.
문제는 척추관협착증 역시 척추전방전위증처럼 검사 결과와 증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척추관이 상당히 좁아졌는데도 증상이 전혀 없는가 하면 별로 좁아지지 않았는데도 극심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척추관이 좁아진 정도와 증상이 비례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척추관이 좁아진 것도 통증이나 장애와 상관관계가 없다. 이 문제에 관해 상식을 기준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가급적 자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술로 협착된 부위를 넓힌다 해도 실질적으로 신경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액이나 뇌척수액의 흐름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수술 후에도 뇌척수액의 압력은 전혀 낮아지지 않으며 오히려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좁아진 부위를 넓히면 해결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척추관협착증의 수술 결과는 비수술 요법에 비해 더 낫다고 단언하기 어려울 만큼 변수가 많다. 증상이 매우 심각하다면 분명 수술이 도움이 되지만 수술이 필요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결론적으로 척추관협착증의 수술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환자의 15∼40%가 수술이 잘 돼도 전혀 호전되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악화된다. 심지어 수술 전보다 더 극심한 통증에 빠질 수 있다. 이를 ‘실패수술 증후군’이라고 한다. 실패한 수술 증후군 환자 중에는 통증이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도 있어 ‘최고의 요통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70세 이상의 노인에게서는 수술 성공률이 더욱 떨어져 영국에서는 가급적 자제하기를 권고한다.
재수술을 받는 경우 성공률은 더 낮아진다. 성공한다 해도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기대만큼 장기적이고 편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오히려 보존 요법이 잘 이뤄지는 경우 극심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술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존적인 요법은 최소한 실패한 수술 증후군을 만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