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워런 대통령? 공화당원 여러분, 이런 끔찍한 악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죠. 그런데 워런이 참석하는 진보 진영 집회마다 그녀의 열성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에 출마하라’고 아우성이라고 합니다. 워런은 가만히 듣고만 있고요.”
2018년 중간선거 관련 모금활동을 펴고 있는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NRSC)가 22일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보낸 소식지엔 이런 내용의 ‘민주당 워런 상원의원(68·메사추세츠) 경계령’이 실려 있었다. 의회전문 매체 ‘더 힐’은 23일 “초선인 워런 의원은 ‘재선을 위한 2018년 상원의원 선거에만 전념하고 2020년 대선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대선후보 브랜드’를 하나씩 쌓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의 1분기(1~3월) 정치자금 모금액은 520만 달러(약 59억2800만 원)으로, 상원 내 1등이다. 더 힐은 “그의 내년 상원 선거는 압승이 예상되고 그는 원내대표급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진보진영에서 그보다 더 인기 있는 정치인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76)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75) 2명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샌더스 의원이나 바이든 전 부통령은 2020년 대선 땐 80세를 바라보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민주당 후보로는 워런 의원이 가장 유력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워런 의원과 2020 대전(大戰)’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렇게 되면 내 꿈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대패할 것”이라고 큰소리 쳤다. 일부 보수 전략가들도 “워런 의원의 급진적 진보 성향이 대선 승패의 열쇠를 쥔 경합주(스윙 스테이트)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더 쉽게 만들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당내 경선을 벌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트럼프가 대선공약인 의료보험이나 세제 개혁을 성공하지 못하면 워런이 트럼프를 꺾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