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가족’의 주인공 배우 이기돈 2006년 ‘이아고와 오셀로’로 데뷔, 검정개 역에 이어 뱀-새 역할 맡아 “몰락한 가족의 상처 그린 작품… 장남으로서 주인공 ‘종달’ 심정 이해”
강렬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연기하는 이기돈 배우는 멜로 연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종달이 사랑을 고백하며 설레는 모습을 표현하는게 힘들어요. 때를 많이 탔나 봐요”라며 웃었다. 뒤로 연극 ‘가족’ 포토월 속 그의 모습이 보인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그는 21일 개막하는 연극 ‘가족’에서 주인공 종달 역을 맡아 아버지에게 억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분열되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한다. 공연이 열리는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14일 그를 만났다.
“동물 전문 배우라는 말이 싫지 않아요. 뭐든 ‘전문’이라는 건 좋잖아요. 하하.”
“귀농해서 미니인삼을 키우려고 했어요. 4, 5주 만에 자라고 샐러드와 기내식에 많이 쓰인다더라고요.”
소식을 들은 이윤택 연출가는 “이 녀석,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대사를 주겠다”며 ‘길 떠나는 가족’(2014년)에서 열 개 이상의 역할을 하는 멀티맨을 시켰다.
“연극의 재미를 다시 느꼈어요. 가슴이 뜨거워졌죠. ‘리어왕’(2015년)의 광대 역은 정말 즐거웠어요. 매일 다른 동선으로 움직이며 에너지를 쏟아냈는데, 내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더라고요.”
‘가족’은 자산가 기철(김정호)이 광복 후 정치에 뛰어들며 몰락하고, 가족들이 상처를 입는 과정을 그렸다. 장남인 종달은 강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회피성 성격장애까지 갖게 되지만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먹고사느라 3년간 옷, 액세서리 등을 파는 노점상을 하며 지쳐갈 즈음 만난 게 연극이었다. 그는 실험적인 작품을 비롯해 코믹 연기까지, 비중에 관계없이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단다.
“단역을 할 때는 대사 욕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안 그래요. 연극은 주연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한태숙 선생님이 ‘검정개 한 번 더 할래?’ 하시면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할 거예요.”(웃음) 21일∼5월 14일, 2만∼5만 원. 1644-2003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