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두렵다” 30대 72.5%… 50대 이상 56.8%보다 높아… 예능서도 ‘연장자 희화화’ 일상적 경쟁 심한 젊은층 ‘잉여 전락’ 공포… 상폐녀-크리스마스 케이크 등 여성 나이 둘러싼 비하語 만연
《 금융권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양성준(가명·28) 씨는 얼굴이 나이보다 더 들어 보여 고민이 많다. 탈모는 아니지만 이마가 M자 형인 데다 팔자주름도 깊은 편이다. 얼마 전 학교 취업상담센터에서 받은 면접 조언은 충격적이었다. “어려 보이는 외모는 경쟁력이므로 면접 전 외모 관리가 필요하다”는 평을 받은 것. 그는 “상반기 면접 시즌에 대비해 팔자주름을 없애는 필러시술을 할 계획”이라며 “각종 자격증과 영어점수, 학점에 외모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노화공포증’ 노인 아닌 20, 30대서 최근 두드러져
‘노화공포증(Gerascophobia).’ 그리스어로 노년을 뜻하는 ‘Geras’와 공포를 의미하는 ‘Phobos’를 합친 말이다. 의학적으로 죽음을 앞둔 노인이 겪는 심리적 병리현상을 뜻하는 말이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노년층뿐 아니라 20, 30대 청년층에도 노화 공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화는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특히 취업난 등으로 경쟁이 심한 20, 30대 젊은층에서 잉여나 쓸모없어짐에 대한 불안, 공포가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등에서 24세 여성을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부르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12월 24일까지 인기를 끌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부턴 재고로 쌓인다는 것이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을 대상화해 나이와 외모로 품평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라고 말했다.
SBS ‘런닝맨’에 출연한 그룹 걸스데이의 소진(31). 30세를 넘긴 그의 나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20, 30대가 느끼는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TV 화면 캡처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나이든 사람을 고집 세고 사리분별 못 해 비웃음을 사는 존재로 묘사하는 풍토가 있다”며 “특히 여성 연예인에 대해선 나이에 대한 편견이 성차별적으로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