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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 감독 “월드컵 향한 열망이 좋은 결실로 이어졌다”

입력 | 2017-04-14 05:45:00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김호곤 단장, 윤덕여 감독, 조소현이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 1위 금의환향

베이징 경유·항공편 지연 등 험난한 귀국
장슬기 “7년 전 U-17 우승때보다 더 기뻐”
김정미 “동료와 많은 대화, 끈끈해진 계기”


불가능을 ‘큰 기적’으로 바꾼 태극낭자들이 당당히 개선했다.

북한 평양에서 막을 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B조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윤덕여(56) 감독의 여자축구대표팀이 1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고국 땅을 밟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평양에서 서울까지 육로로 2시간여 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를 중국 베이징을 경유하는 등 돌고 돌았고, 항공편 연착 등으로 26시간을 넘긴 뒤에야 도착했다.

길고 길었던 여정. 그래도 모두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수많은 인파와 취재진 앞에 선 윤 감독은 “(선수 시절) 남북통일축구에 참여한 뒤 27년 만의 2번째 방북이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2019 년 프랑스에서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을 향한 모두의 열망이 좋은 결실로 이어졌다”고 기뻐했다.

3일부터 11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는 통일축구 등 친선전이 아닌 평양에서 치러진 국제대항전 남북대결로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인도, 홍콩, 우즈베키스탄도 얕잡아볼 수 없지만 결국은 남북이 1장뿐인 본선티켓을 놓고 경쟁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절대 다수가 우리의 본선진출이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이 그간 꾸준히 발전한 까닭에 전력 편차는 거의 없다해도 낯설면서도 광적인 현지 응원과 분위기, 절대열세인 상대전적으로 인한 부담은 쉽게 털어내기 어렵다고 전망됐다.

조소현의 댄스타임 윤덕여(맨 왼쪽)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이 1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비행편이 연착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B조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 돌아온 선수단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윤 감독과 선수들이 귀국환영행사에서 A매치 100경기 출전 기념트로피를 받은 조소현(앞)이 춤을 추자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포국제공항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러나 ‘윤덕여호’는 정면 돌파했다. ‘비기기 위한’ ‘지지 않는’ 축구가 아닌, 이기기 위한 승부로 열매를 맺었다. 철두철미한 전력분석과 함께 평양 입성에 앞서 전남 목포에서 진행한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은 훈련장에 스피커로 북한 응원가를 틀어놓고 풀 트레이닝을 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기지는 못했다. 최종 스코어 1-1. 첫 골을 먼저 내주며 리드를 빼앗긴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온 몸을 던지는 투혼과 탁월한 전략으로 동점을 만들어 예선통과의 8부 능선을 넘었다. 북한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장슬기(23·현대제철)는 “미리 소음훈련을 해서인지 북한 응원에 금세 적응했다. 우리 응원처럼 느끼며 뛰었다.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일본과의 U-17(17세 이하) 여자월드컵 결승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골을 넣었을 때보다 훨씬 기쁘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50% 였던 자신감이 90%까지 높아졌다”고 감격해했다.

대회전적 3승1무 동률을 이룬 남북의 운명은 결국 득실차로 갈렸다. 모든 일정을 끝냈을 때 한국은 +20, 북한은 +17이었다. 북한이 먼저 대회를 마치고, 우리가 뒤늦게 따라가는 일정의 도움도 컸다. 요르단에서 개최될 여자아시안컵이 중요했던 이유는 이 대회에 여자월드컵 본선 출전권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 5장이 배정된 월드컵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북한을 밀어내는 일석이조 효과를 ‘윤덕여호’가 스스로 연출하고 누리게 된 셈이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평양 대회 마지막 일전이던 우즈베키스탄전(4-0 승)에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에 가입한 조소현(29·현대제철)은 단체 기념촬영 도중 동료들의 성화를 받으며 신명나는 춤사위를 보여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다. “춤이 절로 나올 정도로 기쁘다. 분위기가 정말 대단했다. 아시안컵에 못나갈 수도 있다는 1% 불안감도 있었지만 해냈다. 특히 북한전은 서로의 말이 통하다보니 신경전이 대단했다. 신기하면서도 경쟁을 이겨내고 싶었다“고 숨가쁘고 치열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북한전에서 페널티킥(PK)을 막아내는 등 거미줄 선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맏언니’ 김정미(33·현대제철)는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도 주전자리를 잃지 않는 정신적 지주다. “5년 전, 가깝게 3년 전 월드컵 때보다 지금 후배들의 경기력, 정신력이 크게 좋아졌다. 책임의식도 남다르다. (평양에서) 휴대폰을 쓰지 못하다보니 동료들과 대화가 많아졌고, 더욱 끈끈해졌다”면서 “2년 뒤 월드컵에도 출전하려면 킥력, 근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통산 3번째 여자월드컵 출전을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김포국제공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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