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 제15호’에서 모티브를 얻은 뮤지컬 스모크. ‘초’ 역을 맡은 김재범(왼쪽)과 ‘해’ 역의 고은성이 ‘홍’의 처리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사진제공 ㅣ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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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스모크’
이상의 시 ‘오감도 제15호’서 모티브
‘초·해·홍’ 캐릭터에 절묘하게 녹아
‘스모크(Smoke)’. 애연가라면 ‘식후 땡’이 생각 날 듯하고, 록 음악 마니아라면 딥퍼플의 명곡 ‘스모크 온 더 워터’를 머릿속에 떠올릴지 모르겠다. 더운 밥 잘 먹고 해본, 식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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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2남 1녀가 등장한다. 거칠고 세속적인 성품에 난해한 글을 쓰는 ‘초(超)’와 바다를 그려보는 것이 꿈인 ‘해(海)’, 납치되어 온 여인 ‘홍(紅)’이다.
어두컴컴하고 허름한 아지트(틀림없이 지하실일 것이다). 두 남자의 젊은 여성 납치극처럼 보이는 초반이 지나고 나면 이야기는 빠르게 시인 이상의 삶과 예술, 작품세계를 품으며 몸을 뒤챈다. 극 중 유의미한 소품은 거울이다. 이상 본인으로 추정되었던 초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면서 관객은 전율에 몸을 떨게 된다.
사실 이상은 실제로 거울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인물이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오감도 시 제15호’는 물론 ‘거울’, ‘명경’이라는 시도 남겼다.
이상의 작품을 읽은 사람이라면 훨씬 더 깊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오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회한의 장’, 소설 ‘날개’, ‘종생기’ 정도면 충분하다. 이들 시와 소설은 스모크의 대사와 가사에 절묘하게 녹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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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어렵지 않은 물리학 문제를 푸는 듯한 작품이다. 그 즐거움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한동안은 ‘스모크’하면 초와 해와 홍이 떠오를 것 같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