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4강에 둘러싸인 스위스, 주체적 안보로 중립 지키는데 가짜보수·가짜진보 무엇을 했나 정경분리 가능한 외교는 없다… 4강의 노예 되기 거부하려면 전쟁 두려워 말고 自强의지와 행동 다져야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에너지와 먹거리 등 생명자원의 자립과 안보의 독립에는 스위스와 비교 불가능한 정도의 절대적 취약성을 왜 자각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부끄럽다. ‘박근혜 탄핵 반대’에 성조기를 흔드는 가짜 보수와 시민의 ‘완전 자유’를 요구하면서도 북한 3대 세습 독재는 관용하며 평화 민족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가짜 진보가 합작한 ‘도착적 근대화’ 현상이다.
지금 한반도에는 전쟁이란 유령이 떠다니고 있다. ‘4월 위기설’ ‘미국의 선제타격설’이 퍼지고 미국 대통령 국무장관 안보보좌관 입에서 ‘모든 선택지’를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이 연이어 나온다. 1994년 6월 영변 핵시설을 쳤어야 했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회까지 전해진다. 중국군의 청천강-함흥 진주설, 미중 간 북한 신탁통치 협의설도 들린다.
지금은 근대라는 긴 역사시대를 끝내고 미지의 역사, 어쩌면 인간 역사의 종말까지를 내다보는 지구적 격변, 대반역, 대단절, 대반동의 시간이다. 지난 70년간 유지해왔던 냉전 친미동맹질서도, 소련 붕괴에 따른 탈냉전 이후 30년간 지속된 중국과의 연중(聯中) 경제질서도 깨지고 있다. ‘정경분리’는 외교에나 있을 뿐이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된 국가 관계는 없고 선진국이 선진국인 이유는 어떤 형태로든 생명자원을 자립하기 때문이라는 국가 존재의 기본을 일깨워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한미동맹 강화가 불가피하지만 중국의 태생적 중화제국주의, 일본의 신화 같은 국수주의, 김정은의 무차별 핵무장,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비즈니스 제일주의 앞에서는 본원적 자강 확보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유령을 걷어내기 위해, 대한민국이 꾸릴 수 있는 확실한 장기 안보와 가장 효율적 경제적 전략을 위해서는 핵무장까지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과학기술과 정보능력, 국민과 지도자들의 자립 주체 의지와 희생의 각오가 스위스, 이스라엘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이를 4강에 각인시켜야 한다. 4강 모두가 꼭 우리를 필요로 하고 4강이 우리를 위협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비대칭적 연성력, 경성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친미연중’이지만 그것도 자강의 의지가 확실해야 작동한다. 그래야만 미중, 미일의 암거래(Korea passing)를 막고 시진핑 주석과 아베 신조 총리가 국내 정치를 위해 한국을 때리는 작란(作亂·Korea bashing)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할 때 북한 동포를 구하고 한반도 통일과 동양 평화의 주역이 된다. 평화를 원하거든, 통일을 원하거든, 4강의 노예 되기를 거부하려면 전쟁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강의 생명원리로 돌아가야 한다. 스스로 돕는 자만이 전쟁을 예방하고, 공짜를 거부하는 자강의 의지와 행동만이 평화를 다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