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格의 경영’ 실천하는 병원 사례
수술실로 향하는 환자들의 하소연은 대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수술실로 향하는 침대에 누우면 왜 그리도 걱정과 생각이 많아지는지, 혹여 수술실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영영 못 보게 될 사랑하는 아내나 남편, 아이들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달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송반원에게 이끌려 수술실로 향하는 도중 잠시 서 있거나 승강기를 기다릴 때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는 시선이 너무도 부담스럽고 창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환자가 머리맡을 가려 달라고 요구한다.
환자가 수술실로 걸어가는 프로세스를 도입하려면 걸어가는 환자를 위한 수술복, 걸어가는 환자 이동 경로에 대한 서비스 디자인 등 많은 것을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해당 병원은 침대에 누워서 가는 환자와는 다른 수술복을 새로 디자인했다. 쾌적하고 청결한 실내 환경 조성에도 힘썼다. 잠시라도 창밖으로 눈길을 돌릴 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고자 성경 구절도 창에 새겼다. 건강한 사람은 창밖의 경치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지만 수술실로 향하는 환자는 창에 새겨진 성경 구절이 그렇게나 큰 위안이 되더라는 후기가 많았다.
수술실에 도착하면 환자의 동의하에 주치의 선생님을 비롯한 전 의료진이 환자의 몸에 손을 얹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도를 한다.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이 ‘기도하는 의사’ 프로그램이야말로 간판 서비스이자 이 병원의 격을 끌어올리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게 다가 아니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눈을 뜨면 이곳이 사랑하는 가족이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의 품임을 알려 주는 천장의 성경 구절이 또 한번 환자를 맞아 준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라.”
이처럼 서비스에 대한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과도할 정도로 제공하던 방식에서 약간의 수고로움이 따르더라도 고객에게 꼭 필요한 가치(value)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김진영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 kimjin@yuhs.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