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선수로, 이번엔 사령탑으로… 북한 밟은 윤덕여 女축구대표 감독
윤덕여 감독(오른쪽)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단이 3일 평양 순안공항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7년 전 윤 감독이 남자 대표팀 선수로 남북통일축구대회에 출전했을 때는 수천 명의 환영 인파가 공항에 나왔지만 이날은 북측 연락관 2명이 나왔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 여자 아시안컵 축구대회 예선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이 3일 평양에 입성했다. 하지만 윤 감독이 다시 찾은 평양의 풍경은 27년 전과 확연히 달랐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공식적으로 한국 대표팀을 맞은 건 북한 측 연락관 2명뿐이었다. 한국 선수단이 짐 검사를 마친 뒤 공항 대기실로 나갔을 때도 환영 행사는 없었다. 공항 대기실에는 100여 명이 있었지만 신기한 눈으로 한국 선수단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에서 나왔다는 관계자 10명 정도가 선수단과 기자단이 호텔로 이동하는 것을 도왔다.
오히려 한국 선수단의 평양 도착에 관심을 가진 것은 평양에 특파원을 두고 있다는 오스트리아 방송사와 중국 방송사였다. 외신 기자들은 한국 선수단의 평양 입성 장면을 촬영했고, 윤 감독과 지소연 등 선수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북한 측도 한국 선수단의 입국 현장을 촬영했다.
청사 내부에 있는 상점의 간판을 보니 ‘이곳이 북한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에는 ‘위생소’라고 적혀 있었고, 각종 음료수를 파는 상점에는 ‘청량음료’라고 쓰여 있었다. 위스키, 와인, 코냑 등의 술을 파는 ‘식료품상점’과 커피숍도 있었다. 커피숍에 들어가 봤더니 손님은 물론 점원도 없었다. 이 밖에도 옷가지를 파는 공업품상점, 우표, 지도 등을 파는 상점이 있었다.
상점에 들어설 때마다 일하는 이들은 생글생글 웃으며 “안녕하십네까”라고 말했다. 전광판에는 베이징 블라디보스토크 등으로 향하는 항공 스케줄이 나와 있었다. 이날 평양을 떠나거나 도착한 항공편은 총 6편이었다. 한국에서 쓰는 블라디보스토크라는 표현 대신 ‘울라지보스또크’라고 적혀 있었다.
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 모자를 쓴 많은 시민들이 모여 앉아 있다. 오른편 뒤쪽으로 주체사상탑이 보인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여자 대표팀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예선에서 5일 인도를 상대로 첫 경기를 치른 후 7일 북한과 만난다. 한국, 북한, 우즈베키스탄, 홍콩, 인도가 출전한 예선에선 1위 팀만 아시안컵 본선행 티켓을 얻는다.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 1승 2무 14패로 크게 뒤져 있지만 지난해 2016 리우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는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대등한 모습을 보였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