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렉시트 협상 개시 공식선언 메이 “돌이킬수 없는 역사적 순간… 계속 EU의 믿음직한 동맹 될 것” 이혼합의금-안보 조율 등 난제 산적…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요구도 부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순간이다. 영국은 유럽연합(EU)을 떠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 오후 12시 30분(현지 시간)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공식적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팀 배로 EU 주재 영국 대사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메이의 서명이 담긴 6장짜리 탈퇴 서한을 전달한 직후였다. 이 순간부터 회원국의 탈퇴 절차를 다룬 ‘리스본조약 50조’가 발동돼 영국과 EU는 최장 2년 동안 치열한 협상에 돌입했다.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한 영국은 탈퇴 협상이 끝나는 2019년에는 46년 만에 EU에서 완전히 독립한 ‘섬나라’로 되돌아온다. 메이는 “글로벌 무역 성장이 느려지고 보호주의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유럽은 자유무역을 지킬 책임이 있다”며 EU 탈퇴 협상과 동시에 EU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메이가 EU 주재 대사를 통해 투스크 의장에게 전달한 6장 분량 편지에는 브렉시트 협상의 7가지 원칙이 적혀 있었다. 첫 번째는 ‘우리는 진지한 협력의 정신으로 상호 건설적이고 존중하며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영국과 EU) 양측 시민을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고 명시해 영국 국익을 위해 협상에 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혼란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확실성을 갖도록 함께 협상해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기술적 협상을 시작해야 하지만, 가장 큰 도전 과제를 최우선으로 다뤄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올해 1월 메이의 말처럼 “나쁜 딜보다는 협상을 안 하는 게 낫다”며 EU를 압박하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투스크는 서한을 읽고 20분 뒤 답신을 공개했다. 이미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정상에게 초안을 돌려 수정한 내용이다. 그는 “브렉시트는 우리에게 이전보다 더 단호한 뜻을 갖고 뭉치도록 만드는 긍정적 효과를 냈다”며 “험하고 어려운 협상 기간 동안 EU는 한 덩어리로 뭉치고 한마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은 27개 회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선 강력한 협상 전권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영국과 EU 모두의 ‘윈윈 협상’은 쉽지 않다. 73조 원에 달하는 이혼합의금, 무역, 사법권, 국경, 안보 등 현안이 산더미다.
스코틀랜드는 독립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영국 의회와 정부가 허락해야 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지만, 스코틀랜드 의회는 28일 영국 정부에 독립 주민투표 승인을 요구하는 발의안을 찬성 69표 대 반대 59표로 통과시켰다. 2014년 부결된 적이 있지만 현 자치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50%가 넘어 국민투표가 이뤄지면 독립이 이뤄질 수도 있는 분위기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영국은 석유 생산의 90%를 잃고 스코틀랜드 리버 클라이드의 파슬레인 기지에 있는 핵잠수함 함대의 모항도 옮겨야 해 막대한 재정부담이 따른다. 스코틀랜드는 EU에 계속 남아 런던의 세계 금융기지를 에든버러로 옮겨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