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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머리 감독 “어떤 팀과 대결해도 이젠 두렵지 않아”

입력 | 2017-03-30 03:00:00

女아이스하키 대표팀 머리 감독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27일 강원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주먹을 쥐며 세계선수권대회(디비전2 그룹A)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머리 감독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동안 매일매일 성장하는 대표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릉=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엄마, 우리가 금메달을 땄어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렸던 지난해 8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딸의 들뜬 목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물었다. “오늘 캐나다가 메달을 땄다고?” 한참을 웃던 딸은 엄마에게 답했다. “캐나다가 아니고 한국요!”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했던 금발의 외국인. 그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한국 팀을 이끌고 직접 대회에 참가한다.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 선수들이 ‘쌤(선생님)’으로 부르는 세라 머리 감독(29·캐나다)이다.

스위스 리그에서 선수 겸 코치로 뛰던 머리 감독은 2014년 9월 백지선 남자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의 추천으로 여자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세계 랭킹이 23위(총 38개 국가)인 한국 대표팀과 관련한 기사를 찾아보던 그는 패배 기록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선수 구성도 피아노 전공자, 전직 쇼트트랙 선수, 의대 대학원생 등이 모인 ‘외인군단’이다 보니 경기 경험 등이 적다는 약점이 있다. 아시아 국가인 일본은 세계 7위, 중국은 16위다. 이 때문에 머리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선수들의 ‘패배 의식 떨치기’에 집중했다.

27일 강원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만난 그는 “선수들의 기술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좋았다. 하지만 큰 점수 차로 지지 않은 것에도 좋아하는 등 패배에 익숙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정신력 관리를 위해 명상 프로그램 등을 도입한 머리 감독은 “아무리 점수 차가 적어도 패배라는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라”라고 강조했다.

미네소타 덜루스대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그는 단신(약 157cm)이지만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2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장신 선수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항상 주문을 외웠고 이를 한국 선수들에게도 전수했다. 머리 감독은 “‘빙판 위에서는 내가 가장 큰 선수다. 작다고 생각하면 지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정신력과 기술 전수에 주력한 머리 감독은 대표팀 내 위계질서에 따른 문제점도 과감히 뜯어고쳤다. 머리 감독은 “과거에는 고참 선수가 팀 내 핵심 포지션을 선점하고, 어린 선수들은 고참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내가 팀을 이끈 후부터는 오직 기량과 훈련 성적 등에 따라 팀을 구성한다. 덕분에 모든 선수의 실력이 고르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의 노력 속에 대표팀은 성장했다. 올해 초 독일(세계 8위)과의 평가전에서 2-4로 아쉽게 지는 등 전력이 좋아진 대표팀은 지난달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에서 7전 전패를 기록 중이던 중국을 상대로 3-2로 승리했다. 머리 감독은 “중국전은 우리 팀의 전환점이 됐다. 어떤 상대와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팀이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내달 2∼8일 관동하키센터와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에서 평창 올림픽 리허설을 치른다. 한국, 북한, 네덜란드, 영국, 슬로베니아, 호주 등 6개 팀이 참가한다. 머리 감독은 내달 6일 열리는 북한(세계 26위)과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머리 감독은 지난해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북한전 첫 승을 안겼다. 그는 “북한 선수들은 우리 팀과 공통점이 있다. 날아오는 퍽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강한 투혼이 있다는 것이다”라면서도 “기술 측면에서 우리 팀이 앞서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