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같은 위기에도 대선주자들 외교·안보 공약은 핵무장부터 사드 철회까지 지지층 입맛 맞추기 일색 최순실 사태로 국민도 변했다… 후보 측근까지 꼼꼼히 검증하고 이념 초월한 안보공약 촉구할 것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런데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한 불안이나 긴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광복 이후 전쟁 및 독재와의 투쟁 그리고 수많은 대형 사건 속에서 위기가 일상화된 탓일까? 아니면 최순실 사태로 비롯된 탄핵 정국이 다수 국민의 뜻에 맞게 정리되고, 대통령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제시된 대선 주자들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청사진 때문일까?
위기 상황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마찬가지로 위기에 직면해서 너무 긴장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이, 마치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어려움이 입주기업들에 한정되었던 것처럼 아직은 특정 산업 분야에서의 제한된 효과에 한정되고 있다고 해서 이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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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보면 이런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 모두가 협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으려 노력하는 것 같지 않다. 각자의 지지층을 의식한 편향적 공약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한편에서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핵무장 공약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사드 배치 철회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물론 대선 경선 후보들에 의해 다양한 정책적 대안들이 제시되고, 이를 평가하는 가운데 유권자들이 어느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정책이나 복지정책과 관련한 공약의 차이와 외교·안보정책 공약의 차이는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 처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경제·복지정책의 경우 각 후보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다양성이 중요한 반면 외교·안보정책은 국익을 위한 통일성과 일관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외교·안보정책에 대해서는 이념과 당파성을 넘어서 국회에 초당적 안보협의기구를 만들고 대선 후보들의 공통 안보 공약을 촉구하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확인함으로써 국민이 원하는 바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채색의 선심성 공약을, 그것도 경제·복지 분야가 아닌 외교·안보 분야에서까지도 우선시하는 것은 국민이 장밋빛 공약을 선호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국가 전체, 국민 전체에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왔던가를 확인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대선 후보들의 인물 검증이나 정책 검증에서 냉정하고 철저해야 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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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책공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국민이 겪고 있는 불편과 어려움을 당장 해소할 수 있다고 국민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비현실적 공약인지, 아니면 당장은 불편해도 국가의 장기적인 미래 비전을 위해 국민이 함께 감수해야 할 내용들까지 담고 있는 진솔한 공약인지….
이렇게 대통령을 까다롭게 뽑을 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