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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대학을 바꾼다/단국대학교]학생 스스로 미래 설계하는 ‘AI기반 스마트 캠퍼스’ 추진

입력 | 2017-03-30 03:00:00


단국대 공대에 다니는 학생 A 씨는 금융공학 전문가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 전과는 회계학과 경영학과 통계학과 중 어디로 하는 게 좋을지, 과목은 어떤 걸 들으면 좋을지, 어떤 자격시험을 준비해야 할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소속이 공대니 주변 교수나 조교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A 씨는 그저 막막할 뿐이다.

A 씨의 문제는 단국대가 구축하려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교육지원 시스템이 있다면 금방 해결될 수 있다. ‘에듀아이(EduAI)’ 시스템에 접속해 “금융공학 전문가가 되기 위해 들어야 할 교과목은?”이라고 질문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개설 교과목과 강의계획, 관련 학과 커리큘럼 등 필요한 정보가 한번에 나온다.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미래에 맞는 교육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학생은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대학 서비스 바꿔

장호성 총장

장호성 단국대 총장은 국내 대학 최초로 AI 기반의 스마트 캠퍼스를 만들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대학의 교육과 행정 서비스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대학은 기초 교양교육과 전공교육만 잘 제공하면 됐다. 일단 입학만 하면 교육과정은 다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부전공이나 복수전공 등 입학 뒤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문도 넓다. 여기에 융복합 학문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나날이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해가는 가운데 취업률을 높이는 것도 대학의 주요한 임무다. 하지만 대학은 여전히 19세기의 서비스만 하고 있다.

장 총장은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키고 정확한 진로지도를 하려면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고민 끝에 인공지능을 활용하자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 총장은 지난해 5월 한국IBM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그리고 학사시스템과 AI를 결합시키기 위한 컨설팅을 받았다. 스마트 캠퍼스 구축을 주도할 기구로 미래교육혁신원을 만들고 에듀아이센터도 신설했다.

올해 4월에는 AI를 교육과정에 응용시킬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구축할 업체를 경쟁 입찰한다. 앞으로 4년 이내에 모든 시스템을 갖추고, 스마트 캠퍼스를 완성할 예정이다.

AI가 대학 교육에 도입되면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정확히 설계할 수 있다. 나만의 대학 4년을 만들 수 있다. 단국대에 한 학기 동안 열리는 강의 수만 약 2500개다. 하지만 전공별로 짜인 틀을 따르지 않고 자기 적성과 진로에 적합한 교과목을 찾기는 어렵다. 이런 걸 정확히 지도해줄 사람도 없다. 학생들은 그저 선배의 경험담이나 어깨너머로 듣는 정보를 활용한다.

장 총장은 “AI가 정확한 정보를 잘 제공하면 교육과정이 철저히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며 “교수도 인성과 교양, 감성을 교육하기 위한 여력을 더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위협, 창업 교육으로 해결

산업화와 정보화가 고도화되면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은 융합·창의·자기주도적 인재를 길러야 한다. 단국대가 바라는 인재상은 ‘공학도이면서 인간과 기계의 조화를 고민하는 학생’, ‘전통을 존중하되 대안을 고민하고 창출하는 능력을 가진 학생’,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계획을 실천하는 학생’이다.

이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단국대는 창업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청년 스스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 장 총장은 “토익 점수나 스펙을 쌓는 취업 준비도 중요하지만, 자본주의의 꽃인 ‘기업 만드는 일’에 직접 도전하고 그 경험을 사회에 공유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단국대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20개 이상의 창업 강좌를 열었다. ‘기존 창업을 넘어선 유일한 창업’이 모토였다. 재학생 1만 명 이상이 관련 강좌를 수강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단국대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했다. 창업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참여도를 평가해 시제품 제작 등에 쓸 수 있게 최대 500만 원을 줬다. 지난해까지 창업동아리 39개가 생겼다.

창업지원단도 설립했다. 창업 아이디어만 갖고 지원단에 오면 창업 교육부터 재정·행정적 지원 등 창업 전 과정을 후원한다. 일대일 멘토링 서비스는 물론이고, 글로벌 창업 인턴십을 지원하고 시제품을 전시해주며 투자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창업교육도 한다.

2014년 단국대 학생들이 올린 창업 매출은 약 18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2년 만인 지난해 누적 매출은 28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국내 한 언론사의 이공계 대학평가에서 단국대는 학생 창업률 1위를 기록했다. 학교의 창업과 취업지원은 2위였다.

장 총장이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건 도전과 창조다. 도전은 반항이 아니라 동기부여고, 탐구 정신에서 비롯된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생산 효율성이 최고 가치였다. 정형화된 기술과 지식이 중요한 건 당연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유와 공존, 비정형적이고 유연한 논리가 핵심이다. 장 총장은 “도전정신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자세”라면서 “단국대에서 학생들이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에 이익을 창출하는 인재’로 커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