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3만명 철거반대 청원… 황소상 조각가 “소송 낼것” 발끈
미국 뉴욕 맨해튼 남쪽 뉴욕증권거래소 근처에 있는 ‘돌진하는 황소상’은 미국 자본주의와 월가를 상징하는 명물이다.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하루 앞둔 이달 7일 새벽 황소상 앞엔 두 손을 양쪽 허리에 갖다 대고 황소상을 당당히 응시하는 ‘겁 없는 소녀(Fearless Girl) 동상’이 세워졌다. 조각가 크리스틴 비르발이 제작한 이 작품은 ‘남성 중심의 월가와 대기업의 경영진에서도 남녀평등이 실현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소녀상은 당초 다음 달 2일 철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뉴욕 관광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이 동상을 존치시키라’는 시민 청원 운동에 3만 명 가까운 시민이 동참하자 뉴욕시가 27일 “내년 2월까지 동상을 철거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겁 없는 소녀상’은 짧은 기간 그곳에 서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성 리더십에 대한 대화를 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그녀(소녀상)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낸 셈이다. ‘포기하기를 거부하는 소녀’에 걸맞은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시는 이 소녀상을 황소상처럼 영구적인 상징물로 만들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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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