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맨 스틸컷.
인간의 뇌는 약 1500g으로 몸무게의 약 2%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심장이 보내주는 피의 15%, 폐가 들이마시는 산소의 20%를 뇌가 소비하죠. 단 몇 분이라도 피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뇌는 손상을 입게 되고 전신에 장애가 옵니다. 생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는 우리의 몸을 지배하는 사령탑이기 때문이기 때문이죠. 찰스 자비에 교수가 엑스맨 중에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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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뇌에는 혈액을 운반하기 위한 혈관이 발달해 있습니다. 그리고 뇌혈관은 혈관 벽이 유난히 약해서 다른 장기에 비해 혈관 질환이 특히 더 많이 발생합니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이 대표적인 뇌혈관질환입니다. 필자는 개두술과 뇌혈관내 시술을 함께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뇌혈관 외과의입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뇌혈관질환을 치료하려면 두개골을 열어서 수술을 하거나 약물치료를 하며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수술보다는 혈관내 시술을 이용하여 뇌혈관질환을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동맥에 주삿바늘을 넣고 그 바늘 안으로 가느다란 도관을 넣어 터진 혈관은 막고, 막힌 혈관은 뚫는 치료를 합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으니 미래에는 혈관 안으로 혼자 시술할 수 있는 로봇 한 개만 넣어주면 될지도 모를 일이죠.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무성합니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 중에 하나가 의사라고 하죠? 벌써 환자의 진단, 치료를 도와주는 인공지능인 IBM 왓슨을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유명 병원에서도 속속 왓슨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즉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뇌가 뇌를 치료하는 내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다른 측면으로 보고 싶습니다. 과학의 발전이 의사의 일을 줄여줄 수는 있어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의사가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무기를 적절히 잘 사용한다면 환자 치료에는 그만큼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 아이언맨을 연기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팔을 잃은 어린이에게 아이언맨과 똑같은 팔을 선물하며 희망을 주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더욱더 희망적인 것은 3차원(3D) 프린터의 발전으로 이런 작업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했던 영화 속의 일이 현실이 된 것이죠. 이외에도 손상된 눈, 귀, 팔다리에서 뇌에 직접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시각, 청각,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여러 가지 치료법이 활발히 개발 중입니다. 미래의 뇌 과학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해야 할 일도 그만큼 늘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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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윤 뉴고려병원 뇌혈관센터 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