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 풀코스 첫 도전 ‘기부천사’ 가수 션, SNS 모금으로 난치병 어린이 도와 사드 보복에도 서울 찾은 중국인 “한중관계 다시 가까워졌으면…” 한체대 학생들 마사지 봉사도
남녀노소 모두 함께… 축제처럼 즐긴 ‘서울의 봄’ 19일 열린 201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3만5000명이 서울의 봄을 만끽하며 도심을 가로질렀다. 딸아이와 선글라스를 맞춰 쓴 어머니는 유모차를 밀고 달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사진 ①). 아디다스가 10km 코스의 페이스메이커로 섭외한 여성 러닝코치들이 출발선에서 휴대전화 셀카를 찍으며 대회 흥을 돋우고 있다(사진 ②). 프랑스인 참가자가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삼색 프랑스 국기를 휘날리며 결승점으로 들어오고 있다(사진 ③). 어린이 재활병원을 후원하기 위해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기부천사’ 가수 션(본명 노승환) 씨가 승리를 뜻하는 양손 검지를 치켜들며 골인하고 있다(사진 ④). 변영욱 cut@donga.com·최혁중·박영대 기자
이날 오전 기온이 영상 4도에 그쳐 전국에서 모여든 상당수 러너는 두꺼운 점퍼를 입고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출발 직전 광장에 운집한 수만 명이 일제히 노래에 맞춰 체조를 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결승선인 송파구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설치된 마사지 부스는 봄날의 환희를 맛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 기부천사와 특별한 이가 함께한 서울의 봄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특별한 이들도 봄날의 열기를 지폈다. 베트남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 출신 김윤근 씨(68)는 휠체어를 타고 42.195km에 도전했다. 다만 김 씨 홀로 다 해낼 수 없어 지난해 한 마라톤대회에서 알게 된 해병대 후배 음길현 씨(63)가 간혹 휠체어를 뒤에서 밀어줬다. 김 씨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머리띠에 태극기 2개를 꽂고 달린 손현복 씨(71)는 “일흔 살 이전까지는 풀코스를 뛰었는데 요즘엔 나이를 생각해 10km로 만족하고 있다”면서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 중국에서 온 ‘고독한’ 러너
국제적인 명성에 걸맞게 여러 나라 ‘손님’으로도 대회가 채워졌다. 아일랜드인 마틴 하인스 씨(41)는 “2010년 한국에 온 이후 동아마라톤만 4번째다. 이제는 동아마라톤을 뛰는 게 일종의 기념일이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 국면에도 중국에서 온 참가자도 있었다. 얼굴에 중국 국기 스티커를 붙인 얀웨이훠 씨(39·여)는 “사드 문제 등으로 중국과 한국이 예전보다 사이가 조금 안 좋은데 앞으로는 다시 더 가까워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특한 복장으로 마라톤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일본 여고생이 입는 세일러복을 입은 남녀 3명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머리에 뿔을 달고 뛰거나 조선시대 임금이 입던 곤룡포 차림의 장년 남성도 있었다.
○ 이어진 자원봉사 손길
자원봉사를 나온 청소년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대회를 지켜봤다. 중학교 2학년인 김진서 군(14)은 “마라톤을 마친 사람들이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꼭 풀코스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체대 체육학과 학부생 40여 명은 무료로 참가자들에게 마사지를 해줘 인기를 끌었다.
대회 참가자들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면 박수가 크게 터져 나왔다. 지인들은 참가자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즐거워했다. 대회가 마무리되고 낮 기온이 10도 이상으로 오르자 참가자들은 완연한 봄날을 즐기며 피로를 풀었다. 참가자들은 가지고 온 먹을거리를 올림픽주경기장 인근에서 나눠 먹으며 한바탕 축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