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한국 당국자와 오찬-만찬 일정 안잡아 두달뒤 새 정부 출범 고려한듯… 외교부 “실무방문땐 필수 아니다” 장관 회담前 기자회견도 이례적
“신임 미국 국무장관의 첫 방한인데, 한국 정부 관계자와의 식사 약속은 없나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17일 한국 방문 일정이 공개된 뒤 외교가 안팎에서 나온 반응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이 오후 5시로 잡혔기 때문에 회담이 끝난 뒤 공식 만찬을 하는 게 자연스러웠지만 만찬 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16일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 회담을 마친 뒤 만찬을 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날 틸러슨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국땅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자국인들을 조용히 격려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 땅을 밟자마자 비무장지대(DMZ)를 찾고 장병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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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공식 방문이 아닌 경우에는 만찬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항에 마중 나간 한국 측 공무원 직급이 심의관일 정도로 이번 방문은 실무 방문”이라며 “서로가 일정을 촉박하게 조율할 때 (만찬 일정을 잡는 게) 좋은 프로토콜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의 이러한 행보가 한국의 불투명한 현재 정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두 달 내에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해 현 정부 인사들과의 ‘스킨십’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국 외교장관이 회담을 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이례적이다. 회견 시간도 22분에 불과했고 질문은 단 4개만 받았다. 회담 내용과 성과를 묻기 위한 질문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회담 전에 기자회견을 한 선례가 있다”고 해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