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8년 만에 1%대를 회복했다. 작년 12월 올린 후 석 달 만이고,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석 달 간격으로 올린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로 밝히면서 국내 주식과 채권, 원화 값이 일제히 올라 이른바 ‘트리플 강세’를 보였다.
한국 경제도 잘 돌아가고 있다면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경기 회복을 수출 호재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 미국의 금리 인상 발표가 나오자마자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한 정부와 한국은행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을 막으려면 우리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겠지만 1344조 원에 이르는 가계 빚이 화약고다. 현재 평균 3.2%인 대출금리가 0.5%포인트만 더 올라도 기존 43조 원의 이자 부담에 7조 원이 더 늘어난다. 월 소득으로 원금과 이자도 못 갚는 200만 저소득자와 자영업자 저신용자 등 한계가구에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대우조선해양 처리, 미국의 환율조작국 발표 등 대내외적으로 갖가지 악재가 겹쳐 있어 4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말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4월 위기설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며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했으나 지나친 낙관론으로 들린다. 유 부총리는 작년 12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뒤에도 “내년 상반기 재정의 58%를 조기 집행하고, 지자체 교부금도 신속하게 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3개월 동안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