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도 병원도 못 가봤다”
있어도 없는 18세 유령 소녀
#. 세상에 태어났지만 아무도 존재를 몰랐습니다.
주민등록번호도 없고 학교에 간 적도 없죠.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18년 간 완벽한 유령의 삶을 산
은혜(가명·18) 양 이야기입니다.
어머니 A 씨(45)와 아버지 B 씨(48)는 법적 부부가 아니었습니다.
유부녀였던 A 씨가 남편과 별거하던 중
B 씨와 동거를 시작했고 은혜를 낳았죠.
A 씨 남편이 아닌 B씨가 은혜의 친부임을 입증하려면
복잡한 법적 절차와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부모가 딸의 출생신고를 포기한 이유죠.
#. 은혜 양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죠.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또래들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지만
간단한 덧셈이나 뺄셈도 잘 못하죠.
부모가 간단히 읽고 쓰는 걸 가르친 게 전부니까요.
#. 은혜 양의 존재가 드러난 건 2016년 6월.
우연히 근처 슈퍼마켓에 갔다가
그가 거스름돈 계산을 하지 못하는 걸 본
주인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죠.
경찰은 부모를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 2월 15일 검사 직권으로 은혜 양은 18년 만에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그는 요즘 청소년 복지센터에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죠.
조만간 초등 졸업자격 검정고시에도 응할 예정입니다.
양말 인형을 만들어서 선생님과 어머니에게 선물하는 등
사회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요”
청소년복지센터 관계자
#. 은혜 양은 지금도 부모와 함께 삽니다.
아동학대 혐의는 명백하지만
은혜가 부모님 처벌을 원치 않아
검찰도 기소 여부를 고민 중이죠.
그는 특히 아버지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
전문가들은 폭력 등 심각한 학대가 아니라도
기본 양육 의무를 외면한 부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2015년 기준 국내 아동학대 사례 중 방임은 무려 3175건.
“A 씨 부부의 행동은 자녀의 생존권을 침해한 것이고
교육 방임 문제도 처벌받아야 한다”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은혜의 삶에서 18년을 앗아간 친부모.
이런 아동학대는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요?
제2, 제 3의 은혜양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획·제작│하정민 기자·김한솔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