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 개정증보판 펴낸 소설가 복거일
소설가 복거일 씨는 3년 전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도 계속해서 글을 써왔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소설을 집필 중인 그는 “이 전 대통령 묘역에 가 소설을 다 쓸때까지만 살게 해달라 빌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문에 그는 중국이 가진 문화적 유전자를 알아야 비로소 중국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문화적 유전자는 ‘조공외교’와 ‘공산주의’다. “중화주의(中華主義)에 젖은 중국은 조공관계를 외교의 기본 틀로 삼으려고 합니다. 이는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중국이 공산국가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죠.”
책에서 그는 연합군 수석대표로 휴전협상에 배석한 C 터너 조이 제독이 쓴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는가(How Communists Negotiate)’를 인용한다. 공산주의자들은 논점을 흐려 엉뚱한 곳으로 상대의 관심을 돌리는 ‘훈제 청어(red herrings)’ 기법을 쓰는데 이것이 사드 문제에서 중국이 견지하는 기본적 태도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흥정의 패로 삼는 거죠. 중국에 사드는 중요한 논점이 아닙니다.”
‘사드의 눈’이라 불리는 엑스(X)밴드 레이더(AN/TPY-2)는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미사일방어체계(MD)의 조기 경보 장치로 탄도미사일 등을 추적하는 데에 사용되는 이 레이더를 중국은 ‘자국 감시망’이라 주장한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사드의 관측 및 시전 경보 범위는 한반도를 훨씬 넘어 중국의 전략 안보이익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이 잇따라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 대해 그는 “예속되지 않으려면 견뎌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주한 중국대사가 원세개(위안스카이·袁世凱·1882년 임오군란을 빌미로 조선에 총리교섭통상대신으로 부임해 국정에 간섭한 인물)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으로선 중국과 상대하는 일이 ‘미끄러운 비탈’이라는 점을 떠올려야 합니다. 무척 힘들고 큰 값을 치러야 하지만, 마음만 굳게 먹으면 미끄러운 비탈도 오를 수 있습니다.”
그를 만난 10일은 헌정 사상 처음 대통령이 탄핵된 날이었다. 헌법재판관 8인은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는 이에 대해 “재판관들이 형평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입니다. 특검의 공소장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뒤엎을 수는 없습니다. 적법 절차가 지켜져야 재판의 공정성은 의심받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헌재의 판결엔 승복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심판 및 과정은 적법 절차에 의해 진행되지 않았지만 헌재가 만장일치로 대통령을 파면했으니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분쟁을 끝내야 합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