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특혜 비리 규명 부족“… 검찰 “로비 등 관련 범죄 혐의 없어“ 정치권은 청문회 가능 여부 검토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회원들이 8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검찰청 건물 앞에서 엘시티 비리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는 8일 오후 연제구 부산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수사는 꼬리조차 제대로 자르지 못했다”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결국 다음 정권에서 특별검사가 재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같이 반발이 나오는 것은 정관계 고위 인사가 연루된 부산 최대 권력형 건설 비리라는 당초의 의혹 해소에 검찰 수사가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101층 규모의 리조트가 들어서려면 특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건설업계 내부 반응이었다. ‘전국구 마당발’로 불리는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67·구속 기소)의 ‘인맥’과 ‘로비’ 아니면 불가능한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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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강도는 점점 세졌다. 지난해 7월 부산지검은 사건을 본청 특수부로 가져와 검사 8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지역 단일 사건으로는 이례적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3개월간 잠적했던 이 회장이 체포됐다.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배덕광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부산 해운대을)을 잇달아 구속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거기서 사실상 더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달 엘시티 인허가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던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지도 못했다. 허 전 시장에 대한 보강 수사도 없었고 시간에 쫓기듯 불구속 기소했다. “허 전 시장이 뇌물을 안 받았다면 그 많은 특혜를 주도록 압력을 넣은 윗선이 있을 것 아니냐”는 분통 섞인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성역 없이 샅샅이 수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과정, 부산은행이 대출해준 과정에 업무상 배임이나 구체적인 금품 로비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인허가 과정의 특혜 의혹이나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범죄 혐의가 드러난 게 없다”면서 “검찰은 금품 로비 같은 불법, 범죄 혐의를 확인하고 수사하는 기관이지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향후 범죄 혐의가 적발되는 대로 수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여지는 남겼다.
정치권은 이 문제를 그대로 덮을 수 없다는 분위기지만 실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측은 “엘시티 수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중앙당 차원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한 국회의원도 “관련 자료를 모으는 중이며 청문회가 가능할지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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