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친스는 2001년 테레사 수녀의 시성에 대한 찬반 의견 청취 과정에서 이 책을 토대로 로마 교황청에 반대 근거를 제시했다. 이른바 ‘악마의 대변인’ 역할이다. 이는 다수 의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교황청의 오랜 전통이다. 다원주의를 신봉한 히친스가 만약 이 땅에서 태어났다면 일찌감치 ‘절필’을 선언했으리라.
▷우리 사회에는 생각이 다른 편을 비난하고 겁박하는 일이 다반사다. 전국 5847개 중고교 가운데 유일하게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시 문명고를 둘러싼 충돌이 그렇다. 합법적 절차에 따라 연구학교를 신청했지만 반대 세력의 도 넘은 겁박에 입학식도 파행으로 끝났다. 전교조 등에서 교장실로 찾아와 거칠게 항의하는가 하면 ‘연구학교 지정 철회 대책위’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학교 측은 담당교사가 국정 교과서로는 수업을 못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기간제 교사를 모집 중이다. 같은 재단의 문명중도 국정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린 중학생에게까지 불똥이 튈까 걱정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