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호텔 대명사 ‘포시즌스 호텔&리조트’ 이저도어 샤프 회장
럭셔리 호텔의 대명사 ‘포시즌스 호텔&리조트’를 설립한 이저도어 샤프 회장은 숙박업의 본질을 꿰뚫는 직관을 발휘해 고객 서비스 개선에 힘써 왔다. 샤프 회장은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고객 친화적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포시즌스호텔 서울 제공
1960년 캐나다 토론토 중심부의 도심 슬럼인 자비스 가에 문을 연 첫 호텔을 필두로 호텔 업계의 서비스 혁신을 주도해 온 포시즌스 창업자 이저도어 샤프 포시즌스 호텔&리조트 회장(86)의 방한 인터뷰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19호(2017년 2월 2호)에 실렸다. 샤프 회장은 “직원과 고객, 즉 사람을 비즈니스의 중심에 둔 것이 브랜드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20년 전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았고, 여러 업체를 만났다. 하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새로운 도시에 진출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출 시기가 아닌 제대로 된 상품을 갖출 수 있는지 여부다. 일찍이 광화문을 눈여겨봤지만 파트너나 장소 모두 마땅치 않았다. 뒤늦게 좋은 파트너를 만나 전격적으로 호텔을 세우게 된 것이다. 호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위치다. 최적의 조건을 찾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과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비즈니스를 할 땐 빠른 결정도 중요하지만 ‘기다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직원 교육 역시 훌륭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비결인가.
“물론 교육이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비결은 ‘제대로 된 인재’를 엄선하는 능력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교육이 아닌 채용 프로그램이 좋은 기업이다. 따라서 직원을 채용할 때 성격과 태도를 가장 많이 본다. 누구에게든 훌륭한 웨이터가 되는 ‘기술’을 가르칠 순 있지만 타고난 ‘태도’를 가르칠 수는 없다. 이러한 태도를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우리는 말단 직원에서 총지배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든 다섯 단계의 인터뷰를 거쳐 채용되도록 한다. 결국 사람이 답이다.”
―처음부터 고객 서비스를 핵심 가치로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캐나다라는 호텔 산업의 변방 국가에서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주요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던 거대한 경쟁자들과 정면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럭셔리 호텔이지만 대체로 규모도 더 작고 후발 주자였던 브랜드로서 이들과 차별화하는 방법은 고객들이 ‘제2의 집’이라고 느낄 만한 서비스였다. 지금은 웬만한 5성급 호텔들은 모두 갖추고 있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미국에 도입한 것도 포시즌스가 최초였는데 이런 특화된 서비스가 오피니언 리더와 부유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 미국의 ‘워싱턴 포시즌스’는 런던에서 이미 운영 중이던 컨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한 첫 사례였는데 이를 위해 경험이 풍부한 매니저를 고용해 컨시어지 데스크에 앉혔다. 그는 로비의 프런트데스크 주변에 앉아 단골손님을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했고, 구하기 힘든 공연이나 스포츠 관람 티켓도 구해 줬다. 컨시어지 서비스는 이 호텔이 초창기부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요인이 됐다.”
“나는 모든 인간은 자신이 받은 만큼 상대방에게도 똑같은 친절과 호의를 베푼다고 믿는다. 회사 내에서도 상급자가 부하 직원을 함부로 대해 감정노동 수위를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호텔리어가 이런 스트레스를 상사 또는 동료를 통해 받게 된다면 고객들에게도 웃는 얼굴을 보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매니저들에게는 혹시 부하 직원을 꾸짖을 상황이 생기더라도 ‘칭찬은 모두 앞에서, 비난은 개인적으로’란 미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한다.”
―당신은 호텔 업계의 표준을 만든 혁신가로도 유명하다. 혁신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을 찾는 일, 즉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호텔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 당사자는 고객이라고 생각했다. 고객들이 사무실과 집을 떠난 제3의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원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혁신이 꼭 대단한 발명일 필요는 없다. 1960년대, 내가 호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침대를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는 호텔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세계에서 가장 편한 침대’를 찾기 위해 애썼다. 이제 포시즌스 하면 편안한 침대를 떠올릴 정도로 우리 호텔의 대표 서비스가 됐는데 고객이 기대하는 바를 간파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자부한다. 또 이것이 럭셔리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저 화려하고 비싼 것이 아닌,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내 불편을 해결해 주는 것이 사람들이 기대하는 ‘사치’ 아닐까.”
―최근 포시즌스 본사에 수면 습관을 연구하기 위한 리서치 센터를 설립했다.
―많은 호텔리어들이 당신을 멘토로 삼고 싶다고 꼽는다. 당신의 멘토는 누구였나.
“나는 유대인 난민 출신인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핍박을 피해 캐나다에서 살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선물’이었다. 강인한 생활력과 정신력을 가진 부모님에게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부모님은 한 번도 “1등을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말없이 지지해 줬고, 작은 일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나는 내가 스스로 고심한 결정이 믿을 만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리고 ‘사람들이 당신을 대해 주길 원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을 대하라’는 것을 조직 내 ‘골든 룰’로 삼게 된 것은 쉽게 만들어진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다. 부모님이 주신 평생의 가르침이 반영된 결과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