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너스티/톰 홀랜드 지음·이순호 옮김/726쪽·책과함께·3만3000원
“Hold the line! Stay with me! Roma victor!(대열을 지켜라! 나를 따르라! 로마 만세!)
이민족 출신으로 사령관에 오른 막시무스가 목숨을 걸고 싸운 이유는 단 하나. ‘팍스 로마나(Pax Romana)’였다. 토머스 홉스가 강조한 자연 상태에서 인간의 폭력성을 체험한 막시무스에게 힘을 통한 질서와 평화를 추구한 로마는 일종의 구세주였다. 그러나 팍스 로마나 이면에 도사린 로마 정치의 음험함과 패악이 마침내 그를 덮치게 된다. 권력에 눈이 먼 황태자에 의해 아내와 어린 아들을 잃고서야 로마의 참모습을 목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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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양자로 제정(帝政)을 연 아우구스투스는 프린켑스(1등 시민)라는 허울에 숨어 자신을 철저히 포장한 권모술수의 대가였다. 그는 양부 카이사르의 죽음과 폼페이우스, 스키피오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었다. 로마 공화정 500년의 전통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시민들이 스스로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착각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거다. 독재를 우려해 스키피오를 내쳤던 로마는 아우구스투스에 이르러선 세습 군주정까지 받아들이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