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최근 정신질환 환자의 인권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정신보건법 개정법 시행(5월 29일)을 앞두고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150여 명의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토론회에선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정신질환자는 중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강제 입원 및 장기 입원시켜야 된다는 사회적인 편견이 적지 않다. 강제 입원 환자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한 이유다. 이 때문에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환자의 인권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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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정된 법에 따르면 의사 1명 외에 다른 병원(국공립)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1명이 2주 이내에 입원 동의를 해야지만 환자의 지속적인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 문제는 국공립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입원 동의 순서를 기다리다가 결국 2주를 넘겨 환자들이 퇴원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이번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 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은 이런 현실적 문제 해결과 환자의 인권 강화를 위한 ‘윈윈 해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건당국은 부족한 인력은 민간병원에서 지원을 받되 점차적으로 국공립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인력을 충원하며, 2주 안에 입원 동의를 못 받아도 강제 퇴원시키는 환자가 없도록 기간 적용도 유연하게 하기로 했다. 또 진료 중 생길 수 있는 의료사고 문제는 정부가 해결하고 타 병원 의사의 대면 진료와 관련된 수가도 충분히 반영할 예정이다. 물론 본인 환자들을 돌봐야 될 민간병원 정신건강학과 의사들이 외부에 돌아다니면서 업무를 보다보면 이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정신질환 환자의 인권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하며 유무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는 가족이나 보호자의 인권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토론회에선 “딸의 정신질환 치료 때문에 집안이 파탄이 났다. 가족의 정신건강도 함께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70대 노인) “자식 치료를 위해 15년을 버텼다. 이건 사는 게 아니다. 왜 당신들은 밥그릇 싸움만 하나.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들어 달라”(70대 여성 노인) “환자가 퇴원한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언제 어느 시점에 어느 병원에 가야 하는지 알려 달라”(50대 여성) 등 가족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주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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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