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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 나흘 지나도 독극물 깜깜… 새 화학물질? 천연 맹독?

입력 | 2017-02-20 03:00:00

[김정남 피살]말레이 경찰 “부검 결과 아직 못받아… DNA 샘플 분석해봐야 사인 규명”
새로운 화학구조 개발땐 분석 난항… 복어 등 동식물 독도 검출 어려워
일각 “검체 선진국 보내야 할수도”




김정남 최후의 모습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된 김정남 최후의 모습이 18일 현지 언론 ‘뉴스트레이츠타임스(NTS)’에 독점으로 공개됐다. 사진 속 김정남은 보라색 반팔 셔츠에 청바지, 가죽구두 차림이며 정신을 잃고 공항 소파에 쓰러져 있다. 사진 출처 뉴스트레이츠타임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쓰인 독극물 정체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정찰총국(RGB) 소속 비밀요원으로 추정된 리정철 등을 검거하면서 암살 용의자들이 속속 밝혀지는 것과 달리 독극물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탓이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상적이지 않은 새 화학물질일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본보 2월 17일자 A2면 참조)

○ 김정남 살해에 새 화학물질 사용?

말레이 부경찰청장 수사 중간발표 누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부경찰청장(왼쪽)이 19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경찰청 청사 강당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옆은 수사 총지휘자인 압둘 사마흐 맛 슬랑오르 주 지방경찰청장. 쿠알라룸푸르=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9일 말레이시아 경찰청에서 열린 사건 관련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누르 라싯 이브라힘 부경찰청장은 김정남 사망 원인에 대해 “공식 부검(15일) 결과를 받지 못해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며 “DNA 샘플 등을 독성학자가 분석해 내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검이 진행된 지 4일이 지나도록 사인이 규명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밀요원용 새 독극물을 개발했거나 △천연물질을 독으로 활용했거나 △초미량의 독극물을 분석해 내지 못하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분석력 등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독극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제기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군이 ‘독침 암살’에 사용해 오던 ‘브롬화네오스티그민’, 일반 독살에 많이 사용되는 ‘청산가리’, 흡입·접촉으로 몇 분 안에 죽게 하는 ‘사린’, 신경성 독가스 ‘VX’ 등은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어떤 강력한 독이라도 기존의 독극물이라면 공개된 화학구조식, 비교해 볼 수 있는 표준물질 등을 통해 파악해 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신물질은 비교 대상이 없어 검출이 돼도 무슨 물질인지 알 수가 없다.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을 지낸 박광식 동덕여대 약대 교수는 “새로운 물질이라면 화학구조를 분석해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독극물은 기존의 독극물들을 단순히 ‘섞어’ 만드는 수준은 아니다. 기존 독극물을 합쳐 만든 독극물 역시 짧은 시간 내에 분석해 낼 수 있다. 아예 새로운 화학구조를 가진 물질이라야 분석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북한이 여러 화학물질을 결합해 신물질을 만들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용의자 중 한 명인 리정철은 대학에서 약학·화학 분야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천연물질? 처리 미숙 가능성도

독극물이 ‘천연물질’일 가능성도 있다. 복어독 같은 천연 독극물은 부검을 해도 제대로 분석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독, 식물독 등 천연물질 독은 시신에서 검출된 물질을 동물에게 먹여보고 어떤 독인지 확정하는 방법까지 사용할 정도로 확인이 어렵다. 박종태 전남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부자’라는 식물은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지만 부검해도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기존 독극물이라도 극미량만 주입했다면 샘플 분석에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성분을 마이크로 수준이 아닌 ‘나노’ 수준까지 분석할 수 있는 장비가 있어야 한다. 시신을 미국에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현지에서 나오는 이유다. 박성환 고려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말레이시아 당국의 약독물 검사 시스템이 열악할 수 있다. 검체를 해외에 보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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