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베 노리오 한화 인스트럭터는 ‘무보수’를 자처할 만큼 새로운 야구를 배우기 위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지도자다. 지난해까지 세이부 감독을 역임했던 그는 새로 튼 둥지에서 인간력과 신뢰관계라는 특별한 요소를 강조했다. 오키나와(일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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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자립한 한 사람으로서 힘차게 살아가기 위한 종합적인 능력.’
인간력 전략 연구회 회장을 지낸 이치카와 신이치 도쿄대 교수가 보고서를 통해 밝힌 ‘인간력(人間力)’의 정의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한화의 인스트럭터를 맡고 있는 다나베 노리오(51)도 ‘인간력’을 매우 중시하는 지도자다. 한화와 계약하기 전 “무보수로 일해도 좋다”며 열의를 보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로 1월3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진행 중인 한화의 1차 캠프를 들여다보면 다나베 인스트럭터의 열정이 얼마나 강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오후 타격훈련 시 A조와 B조의 교대시간에도 쉬지 않고 선수들을 관찰하는 것은 기본이다. 숨은 원석을 찾느라 선수들에게서 시선을 떼질 못한다. 내야수 강경학(25)도 “다나베 코치(선수들은 다나베 인스트럭터를 ‘코치’라 부른다)님께 열심히 질문하면서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한화의 다나베 인스트럭터 선임은 꽤 이례적인 일이다. 바로 2016시즌까지 세이부의 1군 감독을 지낸 인사가 감독직을 내려놓은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무보수’를 자청하며 KBO리그 팀 유니폼을 입었다. 물론 한화 구단에선 그에게 항공편과 숙식은 물론 명성에 걸맞은 대우를 해줬는데, 그만큼의 기대치가 있어서다. 한화 구단관계자는 “다나베 인스트럭터가 타격과 수비, 주루 등 야수들의 전반적인 기량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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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다나베 인스트럭터. 오키나와(일본)|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한화에 온 이유? 내 야구에 깊이 더하기 위해”
-지난해까지 세이부의 1군 감독을 지낸 인사가 인스트럭터로 온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일본야구가 전부가 아니라고 느꼈다. 한국야구를 비롯해 다른 나라의 야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화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일본야구만 경험했다. 다른 나라의 야구도 배워야 그만큼 시야가 넓어진다. 내가 알고 있는 야구에 깊이를 더하고 싶었다.”
-김성근 감독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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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화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타격과 주루, 수비까지 전체적으로 본다. 2007년 세이부 2군 야수종합코치를 맡은 적이 있는데, 지금 한화에는 각 파트별로 담당코치가 있어 그들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야수들을 전체적으로 살피고 보완할 점이 있다면 도와주는 역할이다. 파트별로 담당코치가 있으니 내가 앞장서선 안 된다. 선수들에게 필요하다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조언해주고 있다.”
-한화 선수들에게 어떤 에너지가 느껴지는가.
“베테랑부터 젊은 선수들까지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것 같다.(웃음) 특히 젊은 선수들이 열정적인데, 그들의 능력치를 조금이라도 올려주고 싶다. 아직 이름을 완벽하게 외우지는 못했지만, 49번(김주현), 65번(김원석), 93번(박준혁), 14번(강경학), 16번(하주석) 등이 인상적이다.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고 생각한다.”
세이부 감독 시절 다나베 인스트럭터. 사진제공|세이부 라이온스 홈페이지
● 다나베 인스트럭터가 강조한 2가지, 인간력과 신뢰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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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와 아사무라,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에서 오릭스로 유턴한 나카지마 히로유키는 모두 내가 2군 코치였을 때 세이부에 입단한 선수들이다. 나카무라는 애초부터 장타력이 워낙 뛰어난 선수였다. 내가 특별히 조언하지 않아도 됐다. 반면 나카지마와 구리야마는 정말 엄청나게 많이 훈련시켰다.”
-특히 구리야마가 통산 1500안타를 치고 ‘다나베 타격코치와 죽기 직전까지 밀어치는 연습을 한 결과’라는 일화를 소개한 기억이 난다.
“그렇다.(웃음) 구리야마는 본인이 ‘그만 해도 되지 않냐’고 볼멘소리를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직 멀었다’고 하면서 훈련을 이어갔다. 본인이 먼저 ‘기브 업(Give up·포기하다)’을 외쳐도 절대 그냥 두지 않았다. 될 때까지 시켰다.(웃음)”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다른 것은 없다.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투수와 포수뿐만 아니라 투수와 야수 사이에도 믿음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투수가 실점했을 때도 타자들이 반드시 점수를 뽑아준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타자들이 침묵해도 투수가 어떻게든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팀플레이다. 내 지도 철학이 ‘인간력(사람의 힘)’이다. 믿음 없이는 좋은 팀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수의 능력을 믿고, 신뢰감을 갖고 지도한다. 그러다 보면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줄 수 있고,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감독 시절인 2016시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아사무라의 반등이다. 2013년 정점을 찍고, 2년간 부진을 겪다가 3년 만에 본궤도에 올라섰다. ‘한 번 반짝인 별’에 머물 수도 있는 선수의 부활을 위해 중요한 부분은.
“신뢰관계를 언급했는데, 믿음이 정말 중요하다. 좋은 시즌을 보낸 젊은 선수라면 무조건 믿어줘야 한다. 한 번 주전으로 낙점한 선수는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참고 써야만 한다. 모리 도모야도 마찬가지다. 모리의 공격력은 리그 정상급이다. 포수로 입단했지만, 포수로서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해 지명타자와 외야수로 쓰면서 장점인 공격력을 살려준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수비력이 뛰어난 주전포수 스미타니 긴지로와 모리의 장점만 모아놓으면 최고가 될 텐데 그게 뜻대로 되진 않는다.(웃음)”
한화 다나베 인스트럭터. 오키나와(일본)|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베테랑 많은 한화, 젊은 야수들 능력치 올릴 것!
-한국야구와 일본야구의 차이는.
“한국야구는 타고투저 현상이 강하다. 타율과 방어율 모두 높은 편이다. 좋은 타자들이 정말 많다. 반대로 일본야구는 투수를 중심으로 한 수비야구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야구라는 의미인가.
“사견임을 전제로, 공격은 잘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큰 반면 수비는 확실히 만들어놓으면 기복이 적다. 실제로 좋은 투수가 나오면 점수를 뽑기가 정말 어려운데,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되면 실점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타자들이 한두 점만 뽑아줘도 이길 확률이 생긴다.”
-한화에서 역할은 무엇인가.
“한화에는 베테랑들이 워낙 많다. 그들을 확실히 받쳐줄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한 단계 올려서야 한다. 그래야만 선수층이 두꺼워진다. 나로선 젊은 야수들의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캠프를 마친 뒤 향후 일정이 궁금하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4월에도 팀에 합류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 한화 다나베 인스트럭터
▲생년월일=1966년 5월 11일
▲출신교=야마나시 현립 요시다고등학교
▲프로 경력=세이부(1985~1999년)~요미우리(2001년)
▲통산 성적=1229경기 타율 0.268(3461타수926안타), 87홈런, 442타점
▲지도자 경력=세이부 2군 타격코치(2002~2006년)~2군 야수종합코치(2007년)~2군 수비·주루코치(2008년)~2군 타격코치(2009~2012년)~1군 타격코치(2003~2014년)~1군 감독대행(2014년)~1군 감독(2015~2016년)~한화 인스트럭터(2017년~)
▲수상 경력=1989·1992년 베스트나인·미쓰이 골든글러브(유격수)
오키나와(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