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내통’ 의혹 플린, 25일만에 물러나 새 대북정책 주도한 핵심 브레인… 한미 안보 소통 삐걱댈 가능성 트럼프, 번지는 의혹에 ‘꼬리 자르기’… 경질 발표후 플린 사과문까지 공개 후임으론 퍼트레이어스 유력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플린이 사퇴하면서 북한 중거리미사일 발사 대응 등 미국의 외교안보 현안 대처에 당분간 혼선이 불가피해졌다. 발단이 된 러시아의 지난해 미 대선 해킹 개입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지 여부와 정치적 정통성을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3일 뉴욕타임스(NYT)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오후 10시경 플린 보좌관에게 경질 사실을 통보했고, 한 시간 뒤 공식 발표했다. 백악관은 경질 발표 후 몇 분 뒤 플린의 사직서까지 신속하게 기자들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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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은 13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의 전화 통화와 관련해 ‘불완전한 정보’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시인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등에 따르면 플린은 키슬랴크 대사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취한 러시아 제재 해제 등을 논의했으나, 정작 펜스 부통령에겐 “연말 인사를 나눴다”고 허위 보고를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안보 사령탑 교체 여부를 두고 백악관은 이날 하루 종일 고심을 거듭했다. 백악관의 경질 발표 7시간 전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플린은 대통령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고 밝혀 백악관이 정면 돌파로 방향을 정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법무부가 지난달 “플린이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플린의 부적절한 언행을 구실로 그를 협박(blackmail)할 수 있다”고 백악관에 경고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상황이 반전됐다. 플린이 2015년 러시아 정부의 경비 지원을 받아 모스크바 여행을 다녀왔다는 NYT의 보도도 나왔다. 대선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플린을 더 감쌀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캠프에서 안보 고문을 맡고, 지난해 11월 18일 안보보좌관에 지명돼 트럼프 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이끌었던 플린의 사퇴로 미국의 안보 정책은 흔들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인 키스 켈로그를 국가안보보좌관 권한대행으로 임명했다. 후임에는 켈로그를 비롯해 군 출신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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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