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정부조직 개편론 논란]야권 주자들 “교육부 폐지-축소”
○ 교육부 대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공통적으로 현재의 교육부 체제로는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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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체제는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고, 학교의 자율성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것.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교사, 학부모,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10년 계획을 합의하고, 여기서 결정된 정책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조직인 교육지원처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문 전 대표도 최근 출간한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교육부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주요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초중등 교육과 관련한 정책은 시도교육청으로 대폭 이양하고, 교육부는 대학 관련 정책에 집중하는 식으로 기능을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주장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교육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대통령이 완수해야 할 교육개혁 과제 제안’을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협의회는 “교육부가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다는 것이 교육감들의 대체적 의견”이라며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로 단일화하는 모델과 두 기관의 결합 모델, 감사원이나 선거관리위원회 형태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교육부는 교육 문제 해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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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주장이 계속되는 것은 각종 교육 관련 갈등을 해결하는 데 교육부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만 3∼5세 아동의 무상교육·보육을 위한 누리과정 비용 부담 문제를 둘러싸고 매년 갈등을 빚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누리과정 특별회계를 통해 정부가 8600억 원을 부담하기로 해 일단 발등의 불은 껐지만 3년의 시간을 번 것일 뿐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다.
또 국정 역사 교과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과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불러온 것이나 사교육 등 입시 관련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도 교육부 폐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체적인 역할이나 교육부의 축소 형태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교육계에서는 국가교육위원회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중립적’인 위원회 구성이 가능한지, 이념적 성격이 강한 교육 정책의 특성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등이 큰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김희규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는 “이론적으로는 중립적 기구라고 하지만 위원회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지 구체화될수록 위원의 임명부터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회가 몇 명씩 나눠서 추천하는 식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처럼 위원들이 각 정파의 대표로 참여할 경우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결국 합의보다는 수가 많은 정부 여당의 뜻대로 일방통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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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대선 때마다 교육부 기능 축소,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공약이 반복되고 있다”며 “실험은 할 수 있지만 나중에 되돌릴 경우 큰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덕영 firedy@donga.com·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