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점유율 애플에 뒤져
1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4.7% 줄어든 7750만 대였다. 애플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보다 80만 대 많은 7830만 대를 팔았다. 삼성전자는 2012년 1분기(1∼3월) 애플에 앞선 뒤 19개 분기 연속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지켰다. 영업이익은 애플에 못 미쳤지만 갤럭시S 및 노트 시리즈라는 프리미엄폰부터 중저가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라인업으로 선두를 수성했다.
5년 만에 성적표가 뒤바뀐 가장 큰 원인은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초에 하반기 전략제품인 갤럭시 노트7 리콜을 결정했고 10월 중순 최종적으로 단종시켰다.
애플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애플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2017회계연도 1분기(10∼12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3% 늘어난 783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연말 쇼핑시즌 판매 호조로 어느 때보다 많은 아이폰을 팔았다. 애플워치와 맥 컴퓨터, 서비스 부문 모두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고 자축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다작 전략’이 갤럭시 노트7 사태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리미엄폰 부진을 메웠어야 할 중저가 스마트폰들이 중국 업체들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3억940만 대로 2015년 3억1970만 대보다 1000만 대 이상 줄었다. 연간 판매량은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도 2014년 24.7%, 2015년 22.2%, 지난해 20.8%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2014년 2분기(4∼6월) 1위(14.3%)에서 지난해 3분기 4.6%(8위)까지 떨어진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화웨이(14.9%), 오포(14.1%), 비보(13.6%) 샤오미(9.4%) 등 현지 업체는 물론이고 애플(6.2%)에도 뒤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선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에게 치이는 ‘샌드위치 형국’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 1분기가 삼성전자와 애플 간 선두 다툼의 향방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지난해 4분기 삼성이 애플에 추월당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브랜드 신뢰도에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는 1분기 실적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8과 아이폰8 등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누가 혁신적인 기술을 내놓을지가 결국 올해 스마트폰 시장 경쟁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