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이 설 연휴 첫날인 27일 서울 종로구 파고다어학원 자습실에 아침 일찍부터 나와 공부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27일 서울 종로구 파고다어학원. 설 연휴 첫날이라 도심이 텅텅 비었지만 학원 자습실은 공부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모인 취업준비생들로 꽉 들어찼다. 이 학원은 연휴 내내 ‘명절 대피소’라는 이름으로 30석 규모의 자습실을 운영했다. 이 기간에는 학원에 등록한 수강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허기를 달랠 수 있도록 ‘비상식량’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은 과자와 빵도 무료로 제공했다.
명절 대피소의 책상에는 토익 모의시험 교재를 비롯해 회계와 세무실무 등 취업 준비 서적이 잔뜩 쌓여 있었다. 대학생 임모 씨(26)는 “설 연휴 내내 2월에 있을 토익 시험에 대비하려고 아침 일찍 왔다”며 “명절이라는 의미보다 남들 쉴 때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재취업을 준비하거나 직장 승진시험 때문에 명절에 쉬지 못하는 ‘샐리던트’(샐러리맨+스튜던트·공부하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박모 씨(37)는 승진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기 위해 명절 대피소를 찾았다고 했다. 박 씨는 “자기 계발을 해야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설 연휴 내내 자습실이 문을 닫을 때까지 공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스터디카페도 취업준비생들로 붐볐다. 지난해 6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새 직장을 찾고 있는 이모 씨(29)는 이날 오전부터 자기소개서 스터디 모임을 위해 카페를 찾았다. 이 씨는 자기소개서 외에도 시사상식 테스트, 프레젠테이션 등을 준비하는 다른 모임도 하고 있다. 이 씨는 “친척들이 집에 와서 눈치 보이고 불편해 피신해 왔다”며 “아무런 소속 집단이 없지만 스터디 구성원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은 편하다”고 털어놨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