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시대 열어… 작가 발굴 앞장… 출판계 “큰 어른 잃었다” 애도
‘사람들의 올곧은 소리를 담는다’는 뜻의 회사명을 내건 출판그룹 민음사(民音社)의 설립자 박맹호 회장(사진)이 22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출판계 관계자들은 생전 그가 후배들에게 강조한 출판인의 마음가짐을 회고하며 “말없이 행동과 눈빛으로 한국 출판계의 현대화에 앞장섰던 큰 어른을 잃었다”고 애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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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아총서’(1977년) ‘대우학술총서’(1983년) 시리즈를 통해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인문학과 자연과학 출판 시장을 개척했다. 신구문화사 편집자로 일하던 정병규 씨(현 정병규디자인 대표)의 일본 유학을 지원한 뒤 그와 협력해 혁신적인 책 디자인을 선보였다. 1991년 편집부 직원 이영준 씨를 주간으로 발탁한 것도 파격이었다. 작가나 학자가 아닌 전문 편집자가 주도하는 새 출판문화를 처음 연 것이다.
2012년 낸 자서전 ‘책’의 발문을 쓴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매년 1월에 찾아뵈었다. 10년 전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갈수록 쇠약해졌지만 언제나 맑은 정신과 품위를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는 “처음 출판 사업자등록을 하고 나서 무작정 민음사 옥탑방 사무실로 인사드린다고 찾아갔을 때 일면식 없는 후배에게 ‘좋은 책 오래 내라’고 다독여 주던 기억이 선연하다”고 말했다.
유족으로 부인 위은숙 씨와 자녀 상희(비룡소 대표이사) 근섭(민음사 대표이사) 상준 씨(사이언스북스 대표이사), 며느리 김세희(민음인 대표) 김현희 씨(아주대 미디어학과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발인은 24일 오전 6시. 02-2072-202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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